[변화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 글로벌 경제위기 속 대안적 경제모델…협동조합 새 실험 경쟁력이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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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
"협동조합, 생존 위해 변화…글로벌 진출 등 적극 지원"
"협동조합, 생존 위해 변화…글로벌 진출 등 적극 지원"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공동구매 및 판매부터 공동 기술개발, 나아가 공동 브랜드까지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협동조합이 늘고 있다. 업계의 표준을 제시하는 단체표준도 개발한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올해를 ‘협동조합 변화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제1차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박 회장이 이끄는 중기중앙회는 그동안 협동조합 안팎에서 논의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신성장 조합 모델 탄생
상당수의 협동조합들은 그동안 성장동력 역할을 한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소멸된 뒤 인적·물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협동조합 위기는 반대로 곧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조합과 조합원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도가 등장했다. 기존 단체수의계약에만 의존하던 조합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늘어났다.
이천도자기사업 협동조합은 대표적인 변화 사례로 꼽힌다. 경기 이천 도자기마을에는 300여개 요장(도자기를 구워내는 곳), 700여명의 도예가가 모여 있다. 과거 전통방식으로 예술 도자기를 주로 만들었으나 얼마 전부터 스스로 변화의 길을 택했다. 작은 요장들이 법인 형태로 외형을 키웠다. 조합을 결성해 조합 간 자본과 노하우, 정보, 조직을 공유했다. ‘이천도자기’ 브랜드를 살린 공동 판로도 개척해 2014년엔 이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등에도 공동 판매장을 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사업으로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조합도 있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은 지난해까지 세계 금형전시회를 22회나 열었다. 금형조합 전시회는 세계 3대 금형전시회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국제고무·플라스틱전시회(KOPLAS),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HARFKO)과 공동 전시회를 열어 관련 있는 산업과 연계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공동 브랜드로 신뢰를 쌓고 있다. 2010년부터 6개 조합원이 모여 공동 브랜드 ‘펌프로’를 개발했다. 조합에서 관리하는 브랜드를 통해 품질 경쟁력까지 강화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공동 브랜드에 참여하는 업체는 의무적으로 품질을 인증받게 했다. 인증제도를 통해 품질이 개선되자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참여하는 조합원은 52개로 늘었다.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서 실제 성과도 좋아졌다. 조합원 업체의 국내 판매 실적은 2011년 20억원에서 2014년 103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실적은 6배가량 늘어난 92만달러였다.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조합원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1993년에 한국플라스틱시험원을 열었다. 플라스틱조합연합회는 한국산업표준(KS) 인증 지원업무도 맡아 연간 2만여건의 시험연구 건수를 진행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의 품질기준 등도 정비해 제품규격과 소재, 품질 등 45개 단체표준을 마련했다. 공동브랜드를 통한 판매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공공조달시장과 일반 소비시장에 각각 'PL'과 '아디아포라'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공공시장에 납품 중인 상·하수도, 전선매립용 플라스틱 맨홀도 모두 공동브랜드 제품이다. 협동조합 활성화 원년
협동조합은 그동안 정부의 수의계약을 기반으로 커 왔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나 물품 공급을 협동조합이 대표로 받아와 소속 조합사들에 배분하는 식이었다. 수의계약제도는 1961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발효된 뒤 협동조합의 가장 강력한 수익기반이었다. 하지만 정부 조달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2007년 폐지됐다.
이후 협동조합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변화를 모색해 왔다. 지난해 취임한 박 회장은 “협동조합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며 “임기 동안 새로운 성장 모델 개발·정착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내년을 변화의 첫해로 삼고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개정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지난 5월 제1차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2016~2018년)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원 계획이 명문화된 것은 55년 만에 처음이다. 중기중앙회는 내년부터 매년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예산을 받는다.
그동안 협동조합에 대한 운영감독 등 관리전략에 치중해 온 중기중앙회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 등을 이끄는 육성전략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협동조합이 공동 연구개발(R&D), 마케팅, 판로 개척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 중이다. 중기중앙회의 회원 가입 문턱을 낮추고 부실 조합은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취임 2년차에 접어든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올해를 ‘협동조합 변화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제1차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박 회장이 이끄는 중기중앙회는 그동안 협동조합 안팎에서 논의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신성장 조합 모델 탄생
상당수의 협동조합들은 그동안 성장동력 역할을 한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소멸된 뒤 인적·물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협동조합 위기는 반대로 곧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조합과 조합원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도가 등장했다. 기존 단체수의계약에만 의존하던 조합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늘어났다.
이천도자기사업 협동조합은 대표적인 변화 사례로 꼽힌다. 경기 이천 도자기마을에는 300여개 요장(도자기를 구워내는 곳), 700여명의 도예가가 모여 있다. 과거 전통방식으로 예술 도자기를 주로 만들었으나 얼마 전부터 스스로 변화의 길을 택했다. 작은 요장들이 법인 형태로 외형을 키웠다. 조합을 결성해 조합 간 자본과 노하우, 정보, 조직을 공유했다. ‘이천도자기’ 브랜드를 살린 공동 판로도 개척해 2014년엔 이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등에도 공동 판매장을 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사업으로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조합도 있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은 지난해까지 세계 금형전시회를 22회나 열었다. 금형조합 전시회는 세계 3대 금형전시회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국제고무·플라스틱전시회(KOPLAS),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HARFKO)과 공동 전시회를 열어 관련 있는 산업과 연계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공동 브랜드로 신뢰를 쌓고 있다. 2010년부터 6개 조합원이 모여 공동 브랜드 ‘펌프로’를 개발했다. 조합에서 관리하는 브랜드를 통해 품질 경쟁력까지 강화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공동 브랜드에 참여하는 업체는 의무적으로 품질을 인증받게 했다. 인증제도를 통해 품질이 개선되자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참여하는 조합원은 52개로 늘었다.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서 실제 성과도 좋아졌다. 조합원 업체의 국내 판매 실적은 2011년 20억원에서 2014년 103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실적은 6배가량 늘어난 92만달러였다.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조합원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1993년에 한국플라스틱시험원을 열었다. 플라스틱조합연합회는 한국산업표준(KS) 인증 지원업무도 맡아 연간 2만여건의 시험연구 건수를 진행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의 품질기준 등도 정비해 제품규격과 소재, 품질 등 45개 단체표준을 마련했다. 공동브랜드를 통한 판매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공공조달시장과 일반 소비시장에 각각 'PL'과 '아디아포라'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공공시장에 납품 중인 상·하수도, 전선매립용 플라스틱 맨홀도 모두 공동브랜드 제품이다. 협동조합 활성화 원년
협동조합은 그동안 정부의 수의계약을 기반으로 커 왔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나 물품 공급을 협동조합이 대표로 받아와 소속 조합사들에 배분하는 식이었다. 수의계약제도는 1961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발효된 뒤 협동조합의 가장 강력한 수익기반이었다. 하지만 정부 조달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2007년 폐지됐다.
이후 협동조합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변화를 모색해 왔다. 지난해 취임한 박 회장은 “협동조합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며 “임기 동안 새로운 성장 모델 개발·정착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내년을 변화의 첫해로 삼고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개정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지난 5월 제1차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2016~2018년)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원 계획이 명문화된 것은 55년 만에 처음이다. 중기중앙회는 내년부터 매년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예산을 받는다.
그동안 협동조합에 대한 운영감독 등 관리전략에 치중해 온 중기중앙회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 등을 이끄는 육성전략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협동조합이 공동 연구개발(R&D), 마케팅, 판로 개척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 중이다. 중기중앙회의 회원 가입 문턱을 낮추고 부실 조합은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