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6일 오전 6시11분

[마켓인사이트] 대한유화 지배력 높이고 자산 증식…이순규 회장의 '개인회사 활용법'
1994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생사기로에 섰던 대한유화가 사세를 급속도로 불려나가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뒀다.

1990년 중반부터 20년가량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흔들렸지만 이순규 회장(58·사진)을 중심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 회장은 그의 개인회사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이하 KPIC)을 토대로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대한유화 지배력 높이고 자산 증식…이순규 회장의 '개인회사 활용법'
◆KPIC, 1조원 내부거래로 성장

KPIC는 대한유화와의 연 1조원 규모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PIC는 올해 3분기 누적으로 대한유화에 운송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2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대한유화가 생산하는 화학제품 판매를 대행해 중개수익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대한유화에서 제품 8962억원어치, 올 들어 3분기까지는 5658억원어치를 사들여 시장에 팔았다.

KPIC는 대한유화와 연 1조원가량의 제품 등을 거래하며 지난해 매출 1조750억원, 영업이익 104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은 1283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화학회사는 직접 또는 글로벌 상사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대한유화는 이 회장 개인회사를 중간에 끼워 유통하고 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회사는 생산업무에 집중하고 판매업무는 무역전문회사인 KPIC에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C는 이 회장이 지분 93.35%, 부인인 김미현 씨가 나머지 6.65%를 보유한 업체다. KPIC는 대한유화 최대주주로 지분 30.82%를 갖고 있다. ‘이 회장→KPIC→대한유화’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KPIC가 내부거래로 성장하면서 이 회장은 대한유화 경영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산도 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 ‘종식’

대한유화 창업주는 이 회장 큰아버지인 고(故) 이정림 명예회장이다. 이 명예회장이 1990년 타계하자 그의 장·차남은 상속세 명목으로 현금 대신 대한유화 지분 32.7%를 정부에 냈다. 이순규 회장 부친인 고 이정호 대한유화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정호 명예회장 등의 지분이 40% 수준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지분 매각 향방에 따라선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1997년 대한유화 지분을 10%가량 쥐고 있던 동부그룹과 코오롱그룹이 정부가 보유한 대한유화 지분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자금난을 겪던 대한유화는 1994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내우외환에 빠졌다.

대한유화가 1998년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너일가의 백기사를 자처한 국민연금-H&Q 사모펀드가 2007년 정부로부터 대한유화 지분 21%를 매입하며 경영권 위기도 넘겼다. 대한유화는 2010년 사모펀드로부터 해당 지분을 자사주 방식으로 되사들인 뒤 소각해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제거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을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 KPIC 등을 통해 이정호 명예회장이 보유한 대한유화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다. KPIC는 올 들어서도 이 회장의 형인 이현규 씨와 다른 오너일가로부터 지분을 틈틈이 매입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