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마차가 이렇게 쌩쌩 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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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독일 슈투트가르트 부근에 있는 레이저가공기 분야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인 트럼프를 방문하면 두 가지 브로슈어를 준다. 회사 소개 자료와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 관련 안내서다. 후자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략이 소개돼 있다.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나 공장자동화 관련 부품업체 보쉬렉스로스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에는 ‘4차 산업혁명 담당자’가 있다.
프라운호퍼연구소나 아헨공대 등 주요 공대, 주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가히 4차 산업혁명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차혁명'에 무관심한 리더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스마트공장 스마트물류 스마트서비스 드론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먼 미래’의 화두가 아니라 ‘현재’ 밀려 닥치고 있는 거센 쓰나미다. 지난달 만난 자비나 예슈케 독일 아헨공대 교수(인공지능로보틱스연구소장)는 “우리는 4차 산업혁명 한복판에 서 있다”고 갈파했다. 이 혁명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물결이 적어도 앞으로 수십년간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테마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아직 국내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대비하는 중견·중소기업이 적다는 점이다. 관료나 공공기관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몇몇 리더들은 “과연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있는가”라며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독일에서 발행되는 계간잡지 ‘매거진 도이칠란트’에는 이미 수년 전에 ‘4차 산업혁명’에 관한 30여 페이지의 특집기사가 실렸다. 거기엔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 수백 곳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소개돼 있었다.
이에 대한 감이 없다면 개미로봇 잠자리로봇 등 협업로봇을 개발하는 훼스토나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쿠카,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스마트물류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라운호퍼물류연구소 등을 방문해보면 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시하는 태도가 더욱 걱정
1886년 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했지만 10여년 동안 자동차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헨리 포드가 20세기 초 ‘T카’의 개발 구상을 밝히자 많은 사람이 수군댔다. “아니 마차가 이렇게 쌩쌩 달리는데 자동차는 무슨 자동차야.”
이때까지 자동차는 극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성능도 형편없었다. 그가 값싸고 성능 좋은 자동차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면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조롱했다. 하지만 컨베이어시스템 등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현하자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마차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이게 바로 ‘2차 산업혁명’이다. ‘무지’한 것보다 더 우려스런 것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시’하는 태도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구로후네(黑船)’처럼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게 틀림없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학들은 하루빨리 관련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4차 산업혁명 담당’을 지정해야 한다. 차기 정부는 이를 최우선 ‘국가경쟁력 제고 과제’로 삼고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1차, 2차 산업혁명을 수수방관했고 뒤늦게 3차 산업혁명에 뛰어든 한국으로선 4차 산업혁명이 마지막으로 주어진 선진국 진입 기회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과물은 ‘승자독식’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프라운호퍼연구소나 아헨공대 등 주요 공대, 주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가히 4차 산업혁명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차혁명'에 무관심한 리더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스마트공장 스마트물류 스마트서비스 드론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먼 미래’의 화두가 아니라 ‘현재’ 밀려 닥치고 있는 거센 쓰나미다. 지난달 만난 자비나 예슈케 독일 아헨공대 교수(인공지능로보틱스연구소장)는 “우리는 4차 산업혁명 한복판에 서 있다”고 갈파했다. 이 혁명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물결이 적어도 앞으로 수십년간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테마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아직 국내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대비하는 중견·중소기업이 적다는 점이다. 관료나 공공기관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몇몇 리더들은 “과연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있는가”라며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독일에서 발행되는 계간잡지 ‘매거진 도이칠란트’에는 이미 수년 전에 ‘4차 산업혁명’에 관한 30여 페이지의 특집기사가 실렸다. 거기엔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 수백 곳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소개돼 있었다.
이에 대한 감이 없다면 개미로봇 잠자리로봇 등 협업로봇을 개발하는 훼스토나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쿠카,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스마트물류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라운호퍼물류연구소 등을 방문해보면 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시하는 태도가 더욱 걱정
1886년 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했지만 10여년 동안 자동차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헨리 포드가 20세기 초 ‘T카’의 개발 구상을 밝히자 많은 사람이 수군댔다. “아니 마차가 이렇게 쌩쌩 달리는데 자동차는 무슨 자동차야.”
이때까지 자동차는 극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성능도 형편없었다. 그가 값싸고 성능 좋은 자동차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면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조롱했다. 하지만 컨베이어시스템 등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현하자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마차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이게 바로 ‘2차 산업혁명’이다. ‘무지’한 것보다 더 우려스런 것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시’하는 태도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구로후네(黑船)’처럼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게 틀림없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학들은 하루빨리 관련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4차 산업혁명 담당’을 지정해야 한다. 차기 정부는 이를 최우선 ‘국가경쟁력 제고 과제’로 삼고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1차, 2차 산업혁명을 수수방관했고 뒤늦게 3차 산업혁명에 뛰어든 한국으로선 4차 산업혁명이 마지막으로 주어진 선진국 진입 기회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과물은 ‘승자독식’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