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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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국운용)은 해외 거점을 기반으로 한 해외펀드 운용에 강점을 가진 회사다. 2006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베트남 호찌민사무소를 개설했고 2011년엔 중국 상하이 리서치센터를 설립해 현지화에 나섰다. 올해엔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펀드를 출시하는 등 활동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국내 최초 베트남 ETF 출시

한국운용 해외펀드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 펀드매니저들과 현지 애널리스트의 협업이다. 한국에서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은 펀드매니저를 현지에 직접 파견하고 애널리스트는 해당 국가에서 뽑는다. 회사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하되 리서치는 현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해당 국가의 애널리스트에게 맡기는 구조다.

이대원 한국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첫 해외 진출 이후 단 한 번의 철수나 인력 감축 없이 꾸준한 지원과 투자를 해왔다”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시장 변화나 제도적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시장은 한국운용이 가장 공을 들이는 국가다. 2009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배승권 주식운용팀장을 비롯해 현지 리서치 인력 7명이 근무하고 있다. 베트남 관련 상품의 성과도 꾸준하다. 한국운용이 지난 3월 출시한 ‘한국운용베트남그로스 펀드’는 출시 8개월 만에 16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수익률도 연초 이후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10년 이상 베트남 현지 사무소를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7월엔 ‘KINDEX 베트남VN30 상장지수펀드(ETF)’도 내놓았다. 베트남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30개로 구성한 베트남판 다우지수인 베트남30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국내에서 베트남 ETF를 내놓은 건 한국운용이 처음이다. 베트남 주식시장이 고공행진하면서 최근 3개월 수익률은 5.4%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물고 있는 국내 주식형편드에 비해 우수한 성과다.

중국 채권펀드로 연 6% 수익률

한국운용은 해외 투자상품 다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 내놓은 한국투자달러표시중국채권 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상품은 우량 중국 기업이 발행하는 달러화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달러표시 중국채권은 중국 위안화표시 채권보다 유동성이 높고, 국내 채권에 비해 금리가 높다.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6.4%에 달한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팀장은 “우량 기업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인 동시에 높은 금리로 수익성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자의 자금을 직접 유치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운용은 2013년 국내 두 번째로 역외펀드(시카브펀드)를 룩셈부르크에 출시했다. 시카브펀드란 국내법이 아니라 유럽의 공모펀드 투자 기준(UCITS·유싯)을 따르는 역외펀드다. 이 펀드는 유럽 27개국에서 현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어 여타 역외펀드에 비해 유통 면에서 강점을 지닌다.

해외 유수 운용사의 운용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용병펀드’도 출시했다. 한국운용이 지난 5월 내놓은 ‘한국투자웰링턴 글로벌퀄리티펀드’는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글로벌 기업을 선별해 집중 투자한다. 자산 규모 9270억달러(약 1070조원)로 기관 자금 기준 세계 8위의 글로벌 기관 자금 운용사인 웰링턴매니지먼트가 위탁 운용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3위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에 자문해 운용하는 ‘한국투자SS 글로벌자산배분펀드’도 출시했다. 주식 일변도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ETF를 통해 주식·채권·인프라 등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또 미국 자산운용사 티로프라이스와 협력해 한국형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을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TDF는 일반 연금 펀드와 달리 운용사가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주식·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운용해주는 펀드다.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다. 티로프라이스는 1937년 설립돼 총 800조원(TDF 145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인 TDF 전문 운용사다.

해외 ETF 시장 진출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국운용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미국 뉴욕거래소에 액티브 주식형 ETF인 ‘한국투자주식액티브ETF’를 상장했다. 기계적으로 운용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액티브 ETF엔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른 운용 전략이 가미된다. 이 ETF는 11년째 운용 중인 ‘한국투자한국의힘’ 펀드의 운용 전략을 참고하고 있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운용본부 상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가 가능한 액티브 주식형 ETF에 관심이 많다”며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상품임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