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매장량은 얼마나 될까.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경영권을 미국에서 넘겨받은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2600억배럴’이라고 밝혀왔다.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원유를 생산해 온 것을 감안하면 말이 안 되는 수치다. 사우디가 생산량과 완전히 동일한 규모의 신규 매장량을 해마다 새로 발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매장량 수치는 바뀌어야 마땅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아람코 기업공개(IPO) 및 상장을 앞두고 사우디 매장량의 비밀이 풀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하루 평균 10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으로는 37억배럴에 이른다. 앞으로 70년 동안 원유를 더 생산할 수 있다(37억배럴×70년=2590억배럴)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지난달 사우디가 처음으로 달러 표시 국채를 발행할 때도 사우디 경제 전망 및 국채 가격 산정의 근거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런 숫자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사우디 정부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 겸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아람코 상장 후 매장량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사상 최고로 투명한 석유회사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며 “아람코가 가진 모든 것(정보)은 공유될 것이고, 독립적인 제3자로부터 검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제표는 물론이고 매장량과 비용, 수익성 지표 등이 모두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아람코가 사우디 매장량을 공개해서 사우디가 얼마나 원유를 뽑아낼 수 있을지 정확하게 계산하게 된다면 국제 유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팔리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아람코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항공부문, 헬스케어, 조명, 석유·가스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는 GE 같은 회사를 그려볼 수 있다”며 “아람코는 우리가 하고자 한다면 GE의 몇 배 수준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팔리 장관은 아울러 아람코가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의 차기 ‘빅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는 기업 가치가 2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람코 상장을 통해 로봇산업과 디지털 경제 등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