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자본 4조 초대형 IB로
한국투자증권이 약 7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 이달 안에 관련 자금 조달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계획대로 되면 이 회사의 자기자본은 4조원으로 불어나 발행어음, 외국환 업무 등을 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될 수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올해 이익금 활용 등을 통해 이달 말까지 자기자본을 4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 3분기 말 현재 이 회사의 자기자본은 3조3089억원이다.

한투증권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14일 225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데 이어 오는 25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 자금으로 한투증권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한투증권의 자기자본을 늘려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머지 모자라는 자본금은 지주의 여유 현금과 추가 CP 발행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한투증권은 초대형 IB로 덩치를 키우는 것은 물론 수익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강조해온 것도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이었기 때문. 지난해 한투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6%로 증권업종 평균(7.3%)보다 높았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현재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NH투자증권(4조5787억원)뿐이다. 올 연말 출범 예정인 통합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6조7000억원으로 4조원을 훌쩍 넘는다.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 되면 종합투자계좌(IMA) 운용과 부동산 담보 신탁 업무도 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을 인수한 통합 KB증권(3조9800억원)과 자사주 10.94%(2900억원)를 삼성생명에 매각해 자기자본을 3조8000억원으로 늘린 삼성증권도 연내 몸집을 4조원으로 불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