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위탁 제조회사들에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인건비 증가를 무릅쓴 애플의 이 같은 행보는 해외 제조업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7일(현지시간) “애플이 지난 6월 아이폰을 위탁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과 중국 페가트론에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폭스콘은 궈타이밍 회장이 생산비 상승 문제로 미온적이지만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타이정우 폭스콘 부회장은 최근 강연에서 “미국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 시설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요 고객이 미국에서 제조해달라고 요구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페가트론은 비용 문제로 애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아이폰에 장착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에서, 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사들이고 있다. 이들 부품을 인건비가 싼 폭스콘과 페가트론으로 보내 조립을 맡기는 구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 부품을 모두 미국에서 조립하면 물류·인건비 증가로 대당 생산비용이 30~40달러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아이폰 생산비용이 두 배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애플의 아이폰과 컴퓨터를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할 때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