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은 위험한 긍정론…취약계층 보호대책 마련해야"
《표백》 《댓글부대》 《한국이 싫어서》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소설을 써 온 소설가 장강명 씨(41·사진)가 이번에는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을 냈다.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와 통일을 그린 새 장편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예담)이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전쟁의 참상이나 이념 대결을 다룬 분단문학은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2000년대 들어 독자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장씨가 ‘해묵은’ 분단문학을 꺼내든 이유는 뭘까.

그는 “신문기자로 일하던 2013년 탈북자단체를 취재하면서 북한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통일이 가져올 충격은 우리에게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보다 더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11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가 2013년 전업작가가 됐다.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는 것만으로도 요즘 난리죠. 북한 인구 2000만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감당이 되겠어요?” 장씨는 “이른바 ‘통일대박론’처럼 통일을 이상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급변사태 관리에 초점을 두고 철저히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작품을 완성한 뒤 통일문제 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사실성을 높였다.

소설의 배경은 전문가들이 ‘이상적인 통일 시나리오’라고 인정한 상황이다. 북한에는 ‘김씨 왕조’가 무너지고 통일 과도정부가 들어선다. 과도정부가 국제사회에 납작 엎드려 군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삶은 여전히 비참하다. 난민 발생을 막기 위해 남북한 간 거주 이전은 계속 금지된다. 남한 사람들은 분계선 북쪽에 쓰레기매립지 등 혐오시설을 밀어넣는다. 북한에서는 혼란을 틈타 마약조직이 창궐한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 장리철이 아수라장 속에서 옛 동료를 찾아나서며 줄거리를 이끌어간다. 장씨가 이 소설을 ‘스릴러’라고 할 만큼 격투신과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인간 본성의 극단을 보여주는 비참한 상황에서 희생당하는 건 언제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다.

장씨는 “취약계층은 사회적 충격이 왔을 때 다른 계층보다 더 큰 고통을 받는다”며 “남북한의 취약계층을 급변사태에서 어떻게 보호할지가 통일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인 주제의 소설을 주로 써 온 그에게 “최순실 게이트를 주제로 한 작품도 쓸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건에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란다. “제 소설 등장인물은 악당이라도 최소한의 품격이 있거나 교활한 음모를 꾸미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 중에는 그런 인물이 없어요. 어떻게 저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장씨는 “다음 작품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 활극인데 이르면 다음달 책이 나올 예정”이라며 “대중소설을 잘 쓰면서도 인간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뤄 수십년 뒤에도 읽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