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검찰 조사에서 이미 밝혔는데…"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은 수사 대상이 15개 항목에 이른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관련 특검 조사 항목 7개와 비교해 2배 이상 많다.

기업을 직접 겨냥한 것도 적지 않다. 삼성그룹과 CJ그룹 등의 이름이 오르는 등 6개 항목에 이른다. 우선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업 기부금 출연을 강요했는지, 출연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의 사면 복권이나 기업 현안 해결 등의 대가가 있었는지(3번)가 수사 대상이다. 아울러 CJ가 영위하는 연예문화사업을 최씨가 장악하려 시도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는지(5번)도 조사한다. 승마협회와 최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삼성이 현안 해결 등 대가를 바라고 했는지(7번) 역시 대상이다.

최씨 및 안 전 수석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는지(11번)도 특검의 대상이다. 안 전 수석과 청와대 관계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삼성 및 CJ 관련 조사 항목에 개입했는지(8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관여했는지(9번)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특검 수사 항목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이미 진술했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가 부당한 압박을 가해 기업들의 돈을 뜯어냈다는 게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그런데도 지난 몇 주일간 받은 검찰 조사와 똑같은 조사를 다시 한번 특검에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행정부 아래 속한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수사를 제대로 못 할까봐 하는 게 특검”이라며 “기업이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다시 특검을 해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업들은 특히 ‘최씨와 함께 기업들이 증거 인멸에 가담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우려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