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조언보다 같이 고민…스타트업 지원, 최소 1년이상 밀착관리 해야죠"
“모바일 시장의 상당수 분야가 포화 상태입니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있거나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집중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인이자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22일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력이 좋거나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은 적은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모바일 시장이 열린 지 5년이 넘으면서 모바일 분야 주요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이런 때일수록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창업 초기에 시장 조사를 더 깊이 있게 하고 사업 방향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가 2014년 매쉬업엔젤스를 시작한 것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장기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지원과 투자 업무를 해 보니 가끔 한마디씩 하는 조언보다 사업 고민을 같이하고 최소 1년 이상 장기간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특히 아직 프로토타입 수준의 제품도 없거나 이제 막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는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에는 밀착 관리가 절실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1995년 연세대 선배인 이재웅 소풍 대표와 함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이 대표는 2001년 다음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10년 후 미래를 고민하다 액셀러레이터의 세계에 눈떴다. 그는 “당시 많은 지인이 창업했다가 경험 부족으로 허무하게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와줄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등과 함께 2010년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를 설립했고 스타트업 창업팀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1 대 1 지원을 위해 프라이머를 나와 매쉬업엔젤스를 차렸다.

기술력이 있는데도 아이템을 잘못 잡거나 해외 시장 공략을 잘못해 실패하는 케이스도 많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이런 기업을 찾아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발굴해내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1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아무리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고 실행력을 갖췄다고 해도 창업가 혼자서 세상을 바꾸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창업가들을 도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게 보람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