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의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던 이유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가장 불리한 시점에서 결정됐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23일 이같은 합병 반대의 사유가 명시된 기업지배구조원의 '국내 상장회사 의안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문사가 명확한 근거를 들어 반대했음에도 국민연금이 이를 무시하고 합병 찬성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이 이뤄진 지난해 7월10일에서 일주일 앞선 7월3일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으로 발송된 것이다.

여기서 기업지배구조원은 이 합병에 대해 "지배주주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에 초점을 두고 의사결정이 이뤄졌으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합리한 수준에서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며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 훼손이 우려된다.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우선 기업구조원은 "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시너지가 창출되고 유망사업을 발굴하고 외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합병 논의 시점부터 이사회 결의까지 한달이 되지 않은 기간에 결정이 이뤄져 주주가치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 관련 고려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번 합병으로 지배주주일가인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높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했는지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며, 합병이 사업 시너지 제고를 위한 것보다는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 의도뿐 아니라 합병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비율은 1대 0.35로 결정됐는데, 합병논의 시점부터 결의 시점까지 일별 주가비율을 살펴본 결과 삼성물산에 가장 불리한 시점에서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며 "결국 이 합병비율은 삼성물산의 자산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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