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미국 증시] 선진국은 '축포' 쏘는데…지지부진한 한국 증시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연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들어 2000선을 ‘바닥’으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좀처럼 2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600선을 위협받고 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4.48포인트(0.23%) 상승한 1987.95에 마감했다. 올 7월 이후 2000선을 꾸준히 웃돌았던 코스피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1960~198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날 10.45포인트(1.71%) 급락한 코스닥지수는 600.29에 장을 마치며 간신히 지수 600선을 지켰다. 장중에는 599.8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신흥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코스피지수는 0.98% 빠졌고 브라질 보베스파지수(-3.43%)와 홍콩항셍지수(-0.67%)도 하락했다.

신흥국과 대조적으로 주요 선진국 증시는 연일 ‘축포’를 쏘고 있다. 이달 9~22일 미국 뉴욕 다우존스지수는 3.76%, 나스닥지수는 3.71% 상승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5.77% 급등했다.

이처럼 선진국 증시 ‘온탕’-신흥국 증시 ‘냉탕’ 현상이 빚어진 이유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 기대가 촉발한 강달러 현상이 우선 꼽힌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미국 채권값 하락, 미국 증시 상승, 달러화 강세가 긴밀하게 맞물리며 진행됐고 12월 미국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이 가팔라졌다는 설명이다.

미국 대선 전 달러당 113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이날 달러당 1176원20전까지 오르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계 자금이 발을 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15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식시장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 13·14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되는 것을 계기로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내놓을지 시장이 아직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진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동욱/고은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