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의 접점 늘리면 승산"
매장 수 3년만에 131개→236개, 배달서비스·24시간 운영 늘려
지속적인'밸류 마케팅'효과
'가성비' 제품으로 고객 유인, 프리미엄 햄버거 매출 늘려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
고객 데이터 분석후 의사 결정, 3년여 만에 투자수익 2.3배로
2011년 웰빙바람이 잦아들며 패스트푸드 시장이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한 VIG파트너스는 두산그룹이 보유한 SRS코리아 인수를 추진했다. 버거킹과 KFC 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영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버거킹만 인수하는 게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 치킨집이 3만개에 달할 정도로 치킨 시장은 포화됐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햄버거 시장은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았다. 2012년 일본의 햄버거 매장 수는 6000개였지만 국내에서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을 합친 매장 수는 1400여개에 불과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규모 등을 볼 때 3000개까지는 늘어날 수 있다고 여겼다.
게다가 버거킹은 3개 회사 중에서도 매장 수(131개)가 가장 적었다. 1위인 롯데리아(1068개)는 물론 맥도날드(229개)와도 꽤 차이가 났다. 두산그룹이 2004년 외식사업부문을 SRS코리아로 분리한 뒤 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펼쳐온 탓이었다. VIG파트너스에는 기회였다. 버거킹은 매장의 희소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도 형성돼 있었다. “매장이 너무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유일한 불만이었다. 고객과의 접점만 늘려주면 매출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매장 확대 등 공격적인 투자
VIG는 버거킹만 따로 팔 수 없다는 두산을 설득했다. 2010년 버거킹 본사를 인수한 브라질 사모펀드인 3G캐피탈도 VIG를 도와 두산을 함께 설득했다. 그렇게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한 VIG는 맥도날드에서 18년 동안 매장 개발 업무를 담당한 전진욱 블랙스미스 대표를 개발담당 수석부사장(CDO)으로 영입했다. 3G캐피탈과의 계약을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는 마스터프랜차이즈로 바꾸고 한 개도 없던 가맹점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두산그룹 소속이었을 때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하지 못하던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차에서 주문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24시간 운영 매장도 늘려나갔다. 국내 버거킹 매장 수는 2012년 131개에서 지난해 236개로 늘었다.
VIG는 동일매장 매출을 늘리기 위해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문영주 미스터코리아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오리온그룹에서 베니건스와 마켓오를 성공시킨 마케팅 전문가다.
문 사장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체계화하기 위해 배우 이정재가 양복을 입고 와퍼를 먹는 TV 광고를 제작했다. 콰트로치즈와퍼, 해쉬브라운와퍼 등 고가의 신메뉴도 계속 출시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면 3개월 동안 팔아보고 반응이 좋으면 정규 메뉴에 편입하는 식이었다. 대성공을 거둔 콰트로치즈와퍼는 미국 버거킹으로도 ‘역수출’됐다.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 구축
동시에 ‘가성비’를 앞세운 이른바 ‘밸류’ 마케팅도 꾸준히 추진했다. 돼지고기 패티 두 개를 넣은 더블킹 버거를 단품 2900원, 세트 3900원에 내놨고, 10조각에 5000원짜리 치킨 너겟을 한시적으로 1500원에 팔기도 했다. 고객을 일단 매장으로 끌어들인 뒤 단골이 된 고객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사먹도록 하자는 전략이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버거킹의 매장당 하루 평균 매출은 2012년 321만원에서 지난해 433만원으로 35%나 늘어났다.
문 사장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등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VIG파트너스는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한 지 3년여 만인 올해 초 인수금융(250억원)을 뺀 투자 원금(850억원) 대비 2.3배의 수익을 기록하며 어피너티에 매각했다. 연간 내부수익률(IRR)은 30%에 달했다.
유창재/이지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