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구조화금융본부(IB 4본부)는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엘시티 사업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해 9월 특수목적회사(SPC) ‘에이블해운대제일차’를 통해 엘시티 시행사 (주)엘시티피에프브이에 1000억원을 대출했다. 현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부산은행 등 금융회사 16곳이 지난해 엘시티피에프브이와 1조7800억원의 PF 금융약정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엘시티 사업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부지에 레지던스호텔과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검찰은 사업비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던 엘시티피에프브이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에 쓴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부산은행이 특혜대출 의혹으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공동 검사를 받는 등 파장이 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엘시티 아파트 등을 담보로 PF 대출을 했다”며 “아파트 청약률이 87%에 달하기 때문에 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엘시티 PF 투자는 IB 4본부가 주도했다. 올해 초 부동산 PF로 대규모 성과급을 받아 구설에 오른 IB 4본부는 엘시티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다음달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법인 KB증권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본부가 축소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증권가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금융투자 전문 조직이지만 그만큼 따라 붙는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은 부동산 관련 자산 비중이 높다”며 “합병 과정에서 위험 관리를 위해 KB증권의 PF 투자 비중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