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구속기소) 국정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다시 요청했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기 위해 23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공단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박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박 대통령의 변호인을 통해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보냈다”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29일을 조사 날짜로 정한 데 대해서는 “특검법이 공포된 점과 수사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대통령 대면조사 요청서에 조사 장소는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후속 대책에 대해서는 “일단 요청했으니 기다려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일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씨와 공모한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한 직후 박 대통령의 변호인(유영하 변호사)은 “앞으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은 최씨 기소 전인 15~16일께 박 대통령 조사를 요청했다가 유 변호사가 거부하자 18일 조사를 재차 요구했다.

박 대통령 측이 이마저 응하지 않자 검찰은 20일 최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 혐의를 자세히 기재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신분이 피의자인 만큼 ‘강제조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환우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강제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피의자가 수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하는 게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했다.

하지만 특별수사본부는 박 대통령의 강제조사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체포 등의 강제조사는 구속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있다”며 “체포 관련 규정들을 명시한 일반법을 헌법을 초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씨 공소장 변경을 통해 뇌물죄를 적용하는 게 불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자체 추가 수사로도 밝힐 수는 있다”며 “대통령 조사가 필요한 상황인데 계속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