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주변 고압분무소독, 축사 물샐틈없이 틀어막아

"축사 주변 소독을 하는 것만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에 한계가 있어서 축사 주변으로 날아드는 철새를 쫓고자 폭음을 사용하지만 이젠 꼼짝도 안 합니다.

근처를 지나는 KTX 열차 소리에도 미동조차 않는 걸 보면 청둥오리들이 소음에 완벽히 적응한 것 같습니다."

24일 충남 논산시 채운면 들녘 한가운데 있는 오리농장에서 만난 임대한(61)씨는 해마다 겨울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AI 방역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씨는 2011년부터 4만 마리 사육 용량의 비닐하우스 16동을 짓고 현재 2만여 마리의 오리를 기르고 있었다.

혹시 모를 AI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오리사육을 아예 절반으로 줄였다.

오리농장으로부터 300여m 근처에는 강경천이 흐르고, 소하천에는 겨울철새인 청둥오리 수백 마리가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축사와 축사 앞 콘크리트 포장 농로를 고압분무기로 소독하고 있다.

혹시 축사 앞을 오가는 차량이 AI를 농장에 옮길까 봐 우려되기 때문이다.

서천군 종천면에서 산란계 8만여 마리를 기르는 이재신(66)씨도 요즘 AI 방역에 온 가족이 매달려 있다.

서천은 해마다 이맘때면 금강하구와 서해안에 청둥오리 등 철새 수백만 마리가 날아들어 겨울을 나는 철새 도래지다.

6년 전부터 닭을 사육한 이씨는 닭장에 새나 쥐가 못 들어가도록 철저히 막아놓았다.

닭장 안을 들여다보려면 폐쇄회로(CC)TV로만 볼 수 있도록 물샐틈없이 만들었다.

입구는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쇠사슬로 막아놓았다.

본인을 포함해 식구 3명만이 축사 출입이 허용된다.

농장 안으로 차가 들어오면 입구에 설치된 소독시설에서 자동으로 안개분무가 이뤄진다.

축사 주위에는 수시로 고압분무기로 소독도 병행한다.

그는 "올해는 일찍 AI가 찾아와 전 축산농가가 비상"이라며 "내 농장은 내가 막아야지 누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논산시와 서천군 등 행정기관의 축산담당 부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I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면서 확산 조짐을 보임에 따라 관내 유입방지를 위해 방역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AI 방역대책상황실 운영에 들어간 논산시는 3천 마리 이상 사육하는 가금농가별로 전담공무원을 지정 운영하며 24시간 비상연락체계를 유지, 예찰과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 4종의 소독약품 4천400㎏을 각 농가에 보급했으며, 축산시설출입차량 GPS 등록자 단말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도 수시로 점검 중이다.

서천군은 철새로 인한 질병 전파를 차단하려고 관내 가금류 사육농가 52가구(사육 마릿수 230만여 마리)에 대해 AI 전담공무원을 배치, 주 2회 이상 예찰 및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공동방제단을 꾸려 농가 주변 순회 소독을 하는 등 AI 차단을 위한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이오순 논산시 가축방역팀장은 "축산농가는 야생조류의 접근을 차단하고 소독 등 자율 차단방역을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축산 관련 행사나 모임을 자제하고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 의심 가축 발견 시 신속히 시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논산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j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