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J, '외국계 금융사 무덤' 일본서 잘나가네
신한은행 일본법인 SBJ(Shinhan Bank Japan)가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어 화제다. 일본은 높은 은행업 면허취득 장벽에다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인 고객 성향으로 인해 외국계 금융회사의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이다. 현재 일본에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한 해외 은행이 SBJ와 씨티은행 단 두 곳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SBJ는 신한은행 최초의 해외 지점으로 1986년 문을 연 오사카 등 3개 지점을 모태로 2009년 9월 설립됐다.

SBJ의 총자산은 10월 말 기준 5688억엔으로 7년 전 설립 당시의 2250억엔과 비교해 253% 증가했다. 세전이익은 2011년 11억7000만엔에서 매년 늘어 2014년 28억4000만엔, 지난해 62억1000만엔이라는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10월 말까지 누적으로 57억5000만엔의 세전이익을 올려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말 SBJ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98%로 일본 주요 은행의 평균치인 7.6%를 크게 웃돌고 있다.

SBJ가 일본에서 성공한 요인으로는 철저한 인력 현지화가 첫 번째로 꼽힌다. 일본 은행에서 18년 근무한 진옥동 사장을 포함해 SBJ 직원의 90%가 일본 현지 직원이다. SBJ 본부의 9개 부서 중 인사·총무와 정보기술(IT)시스템 담당부서를 제외한 모든 부서의 부서장을 일본인이 맡고 있다.

틈새시장 공략도 주효했다. 지난해 말 기준 SBJ의 리테일 대출 잔액은 약 1380억엔으로 전체 대출 자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리테일 자산에서 나오는 손익이 전체의 40% 이상이다. 특히 주택대출은 틈새를 노린 대표 상품이다. SBJ는 도쿄 신주쿠 지역에 주택론 전문 영업센터를 설치해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현지 부동산업체들이 수요일에 쉬고 주말에 일한다는 점을 감안해 주말 영업에도 나섰다. 직장인 고객이 퇴근 후 찾을 수 있도록 평일 근무도 연장했다. 덕분에 SBJ의 주택론 자산은 2013년 말 210억엔에서 2014년 말 855억엔으로 불어났다. 지난 10월 말 현재로는 2264억엔에 달한다. 3년도 안 돼 10배 이상 커진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SBJ의 개업 당시 연 1.5%였던 평균 조달금리가 이제 연 0.45%로 떨어질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 시장도 적극 개척한다는 게 조용병 행장의 해외 진출 전략”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