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나흘째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은 24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표 수리 여부는 대통령이 판단할 사항이니까 지켜보자”고 했다. 그후 참모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의 사표 반려가 늦어지자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 수사결과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도의적인 책임을 느꼈기 때문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 설명이다. 하지만 사정(司正)라인의 두 축이 강 대 강으로 대치하는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서 무력감을 느꼈다거나, 박 대통령의 검찰 대면조사 불응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는 추측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김 장관의 사표는 수리하고 최 수석의 사의는 반려할 것이며, 김 장관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사표 수리 여부가 늦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 대변인은 ‘최 수석의 사의가 항명의 뜻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최 수석은 이날에도 정상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이 도의적 책임 차원을 넘어 정말로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이 설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정라인의 두 축이 사임하면 파장은 엄청하다. 안 그래도 흔들리는 공직사회가 더 동요하고 피로감을 느낀 다른 장관들의 연쇄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정권의 둑이 무너진다는 메세지를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검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고립무원에 빠질 수 있다. 야당 추천 특검이 지휘할 최장 120일 동안의 고강도 수사를 방어하려면 최고의 특수통 검사였던 최 수석의 물밑 조율과 전략적 조언이 절실하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최 수석을 직접 설득하느라 사표반려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에선 김수남 검찰총장의 동반 사표를 압박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후보 추천의뢰서를 재가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야당에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해줄 것을 정식 요청할 계획이다. 특검법 3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대통령에게 특검 임명을 서면 요청해야 하며, 대통령은 이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 후보자 추천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서면 의뢰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의뢰서를 보내면 두 야당은 5일 이내에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고, 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3일 이내에 그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