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 38%를 넘었던 서울의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전체 임대차 거래량 대비)이 지난달 31%로 떨어졌다. 경기도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 2월 40%에서 지난달 28%로 급감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눈앞에 다가온 것 같던 ‘아파트 월세 시대’가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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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귀환…월세시대 벌써 한계?
서울, 순수전세가 더 늘어

25일 한국경제신문과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월세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3월 서울 전·월세 거래량(1만5591가구) 중 38.1%이던 월세 거래(5940가구) 비중은 지난달 31.3%(전·월세 1만6059가구, 월세 5017가구)로 낮아졌다. 2011년 초 15% 수준이던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5년간 계속 높아져 올초 최고점을 찍었다. 월세는 보증금이 거의 없거나 12개월치 이하인 ‘순수월세’,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 구간에 있는 ‘준월세’,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 이상으로 전세에 가까운 ‘준전세’를 모두 포함한다.

월세 비중 감소는 올 하반기 들어 뚜렷하다. 7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 서울 전·월세 거래량(5만8077가구)은 작년 같은 기간(5만2945가구)보다 9.6% 늘었다. 월세보다 전세 거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지난 7월 전세 거래는 작년 동기 대비 1% 늘었지만 월세는 2.4% 줄었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인 9~10월엔 양측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9월 월세 거래가 작년 동기 대비 2.8% 늘어나는 동안 전세는 26.6% 급증했다. 10월엔 전세 거래가 15% 이상 늘어난 반면 월세 거래는 0.5% 감소했다.

경기도도 비슷한 추세다. 지난 2월 아파트 월세 거래(7509가구)는 전·월세 거래(1만8699가구)의 40.1%를 차지했으나 지난달 이 비중이 27.9%(전체 전·월세 8641가구, 월세 2413가구)로 떨어졌다. 세부 내용은 서울과 약간 다르다. 올해 아파트 임대차시장이 비교적 안정되면서 하반기 임대 거래가 모두 줄었다. 그중에서도 월세 거래 감소가 뚜렷하다. 지난달 전세가 42.1% 줄어드는 동안 월세는 60% 감소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월세 물건의 상당수가 전세로 전환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새 아파트 공급 증가 등 영향

집을 빌려주는 집주인들은 예적금 금리가 낮아 최근 4~5년간 전세 물건을 월세로 잇따라 전환해 왔다.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런데 이 같은 추세가 왜 바뀐 걸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올해 새 아파트 공급이 늘면서 전세 매물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2만1293가구에서 올해 2만3779가구로 약 2500가구 증가했다”고 말했다.

집값과 별 차이가 없을 만큼 높은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아파트를 매입하는 이른바 ‘갭(gap) 투자’가 올해 서울에서 크게 유행한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지난 2월부터 서울·수도권에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집주인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의 저자인 김유라 씨는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임대 목적의 아파트를 산 집주인들은 원래 월세로 이자만 내면서 원금 상환은 거치 기간을 두거나 연기해 왔다”며 “그러나 올해부터 원리금을 동시 분할 상환해야 해 부담이 커지자 상당수 집주인들이 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전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싼 아파트 월세를 견디지 못한 세입자들이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非)아파트로 옮긴 점도 지적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입주량만 늘어난 게 아니라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도 대거 쏟아졌다”며 “당분간 아파트 월세 거래량 및 수익률 상승이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