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독대…"억울하다"는 SK·롯데면세점
지난 24일 검찰은 SK와 롯데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시내면세점 선정 비리 의혹을 캐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장 SK와 롯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왜 선정된 곳이 아니라 떨어진 곳을 수사하냐”는 논리였다. 작년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신세계와 두산이 면세점 사업권을 땄고, SK와 롯데는 탈락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SK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문을 닫았다.

검찰은 왜 ‘패자’를 겨냥했을까.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과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각각 만났다. 이후 K스포츠재단은 SK와 롯데에 각각 80억원과 75억원을 요구했다. 비슷한 시기에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추가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이 면세점을 잃은 SK와 롯데의 패자부활용이 아니냐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뿐 아니라 제3자 뇌물죄로 엮으려는 검찰엔 SK와 롯데가 좋은 수사대상인 셈이다.

SK와 롯데는 펄쩍 뛴다. 대가성이 있었다면 청와대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끝까지 버텼겠냐는 설명이다. SK는 처음엔 “사업의 실체가 없다”며 K스포츠재단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어 해외법인으로 송금해달라는 얘기를 듣고, 최종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75억원을 요청받은 롯데는 돈 대신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되자 35억원으로 줄여달라고 했고, 결국 지난 5월에 70억원을 냈다가 다음달 돌려받았다. 면세점 폐점 후 갈 곳이 없어진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것도 당시 정부의 면세점 추가 허가 결정의 배경이란 게 SK와 롯데의 설명이다. 두 면세점의 폐점 당시 직원 수는 각각 1300명(롯데), 1000명(SK)이었다.

롯데와 SK는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항변한다. 작년 7월 박 대통령이 주요 기업 오너 7명을 독대했던 자리에 최 회장과 신 회장이 불참해 올해 따로 만났을 뿐이라는 얘기다. 당시 최 회장은 구속수감 중이었고 신 회장은 해외 출장 중이었다.

작년 11월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딴 두산과 신세계는 대통령 독대 명단에 들어가지 않아 검찰 수사 불똥을 피할 수 있었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두 기업은 사회공헌과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화두였던 지난해 11월 면세점 심사를 앞두고 거액을 기부했다. 두산은 박 대통령이 1호로 가입한 청년희망펀드에 35억원을 냈고 신세계는 100억원을 기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검을 앞두고 시간에 쫓긴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할 대상을 찾다보니 면세점 특허 등 여러 이유를 걸어 대통령과 개별면담한 기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설 생활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