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내가 알던 그랜저가 아닌데?'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의 광고 문구다. 신형 그랜저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신형 그랜저는 바뀌었다. 디자인과 성능의 대대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구매층도 변화하고 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은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형 그랜저 언론시승회에서 "사전계약에서 3040 세대 비중이 48%로 기존 HG 모델 대비 7% 증가했다"며 "특히 신규 유입된 고객 중 30대 비중은 60% 이상이었다"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신형 그랜저를 시승했다. / 현대차 제공
지난 25일 신형 그랜저를 시승했다. / 현대차 제공
이날 신형 그랜저를 타봤다. 서울에서 강원 홍천군 샤인데일 컨트리클럽까지 왕복 72.5㎞ 구간을 달렸다. 시승 모델은 가솔린 3.0 엔진에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선택 옵션을 모두 장착한 최고가 모델(4505만원)이다.

신형 그랜저의 첫 인상은 '젊어졌다'였다. 중장년층에 어울리는 차라는 과거의 인식과는 달랐다. 외관 디자인은 이전 모델에 비해 세련미가 강조됐다. 천정에서 C필러(천장과 차체 뒷면을 잇는 부분)로 이어지는 곡선은 수입 세단 같은 느낌을 줬다. C필러 뒤 트렁크 길이를 짧게 줄인 옆라인은 쿠페 차량처럼 날렵했다.

아쉬운 점은 차체 뒷면 높이가 낮아지면서 뒷좌석 헤드룸(머리공간)이 줄었다는 점이다. 평균 키 이상의 성인 남성은 다소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 180cm 이상인 사람은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이 차는 람다Ⅱ 개선 3.0 GDi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출력 266마력, 최대 토크는 31.4㎏·m다. 차체의 평균 강도는 기존 대비 34% 높아지고,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주행 성능이 향상됐다.

가속 응답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굳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지 않아도 속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가속이 부드럽고 120km/L 이상의 고속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적어 주행 안정성도 높았다. 옆 좌석에 앉은 동승자가 계기판을 보고는 "속도가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며 놀랄 정도였다.

한적한 도로에 들어서면서 핸들에서 손을 떼어봤다. 속도는 시속 80km/h 내외를 넘나드는 상황이었다. 커브길에서 핸들이 스스로 움직였다.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이 작동한 것이다.

이전 5세대 모델에는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만 주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이 장착됐었다. 하지만 이번 신모델에는 보다 진일보한 LKAS 기능이 추가되면서 주행 시 핸들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차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연동하면 조향은 물론 앞 차와의 거리도 스스로 유지한다. 이 기능은 전방 레이더를 이용해 전방 차량을 감지해 적절한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차의 공인 연비는 10.1km/L다. 하지만 이날 시승을 마친 후 기록한 연비는 11.9km/L. 주행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급가속과 급감속 등을 반복했지만 오히려 공인 연비를 웃돌았다. 가격은 3055만~3870만원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영상=김광순 한경닷컴 기자 gasi0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