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내 '부처 나눠먹기식 시설' 설치 백지화
정부가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보존 건축물 활용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또 용산공원 완성 시점을 못 박지 않고 여론과 사회 여건 변화를 고려해 최대한 유연하게 조절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용산공원 조성 기본방향’을 27일 발표했다. 기본방향에 따르면 공원 부지(사진) 내 1200여개 건물 중 94%를 철거한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어 보존이 필요한 80여개 건축물은 어떻게 활용할지 재검토한다. 건축물을 철거한 자리에는 호수 산책로 잔디밭 생태공원 등을 만든다. 또 건물을 신축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용산공원을 생태와 역사자원이 결합한 자연친화적인 공원으로 조성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원 안에 어떤 시설물을 설치할지에 대해 꾸준히 민간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공모로 마련한 ‘보존 건축물 활용방안 검토안’을 공개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검토안은 기존 건축물을 재활용하거나 신축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중앙부처가 제안한 국립어린이아트센터, 국립여성사박물관, 과학문화관 등을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는 중앙부처가 용산공원을 ‘나눠 먹기’했다며 반발했다.

국토부는 보존 건축물 활용방안을 언제까지 마련할지 정하지 않았다. 미군이 내년 경기 평택기지로 이전한 뒤 용산공원 부지 내 건축물 등을 정밀하게 조사해 용산공원 조성 계획을 보완할 예정이어서다. 보안 문제로 아직 조사가 안 된 유류저장고나 벙커 등 지하시설물을 활용하면 용산공원 자연지형을 회복하고 역사 유적을 보존하면서도 공원에 필요한 시설을 마련할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한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27년 공원조성 완료’ 등 일정을 사회적 총의와 여건 변화에 따라 최대한 유연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7년은 공원을 완성한다는 의미보다 공원의 기본적인 틀과 토대를 마련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공원 내 콘텐츠는 몇 세대에 걸쳐 채워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관련 대(對)국민 전문가 특별대담회에서 공원조성 계획을 수립하는 건축사무소 이로재의 승효상 대표는 “국방부가 도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국방부가 외곽으로 나가고 그 터까지 공원이 돼야 (용산공원이) 완전한 국가공원, 도시공원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실무협의 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국방부 청사 등을 공원 터로 지정하고 내년 미군의 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세부조사를 거쳐 천천히 조성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시의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