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후 달러 강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주요 수출주의 주가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달러 장세에도…수출주, 업종별 '희비' 엇갈리네
지난 25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0.21% 떨어진 101.54에 마감했다. 전날 14년 만에 최고치인 101.75까지 치솟았다가 주춤했지만 최근 3개월 사이 7.18% 오른 것이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올라가면 달러가 강세임을 의미한다. 트럼프 당선 후 세금 감면과 인프라 투자 등으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 가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초 109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117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원·달러 환율의 상승(달러 강세)은 수출주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환차익으로 실적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출주 전반에 대한 증권업계의 시각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에 따라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통화가치가 함께 떨어져 환율에 따른 수출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어서다. 미국 대선 후 원·달러 환율이 2.81% 오름세를 보이는 동안 엔·달러 환율은 8.12%, 위안화·달러도 1.9% 상승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주 중에서도 대미 수출 비중과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피해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트럼프 정책에 따른 업종별 차별화는 갈수록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후 유가증권시장 주요 수출주 중 하락에 대한 우려가 가장 두드러진 업종은 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2.53%, 기아자동차는 10.62% 떨어졌다. 일본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데다 생산기지가 있는 멕시코에 대해 트럼프 당선자가 무역 장벽을 높일 것이라고 예고한 영향이 컸다.

반면 미국 내 수요 증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삼성전자(2.01%)와 SK하이닉스(2.65%) LG디스플레이(3.83%) 등 정보기술(IT) 주요 종목은 선방했다. 철강업종 내 포스코(6.6%)와 현대제철(2.11%) 주가는 상승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