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성 소장 "현지 산학연계로 싱가포르 시장 개척"
“싱가포르 정부는 신기술이 필요한 공사를 시행하기 전 해당 기술의 연구개발(R&D) 용역을 발주합니다. 현지 연구진과 네트워크를 맺은 덕분에 사업 수요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지난 21일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캠퍼스에서 만난 이홍성 도시시스템연구소 소장(사진)은 “싱가포르 사업 발주처에서 한국 기업이 자국 대학과 공동연구소를 운영한다는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시시스템연구소는 현대건설과 난양공대가 지난 1월 업무협약을 맺고 설립한 공동연구소로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이 주관하는 5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싱가포르 지사 소속인 이 소장은 난양공대 교수들과 함께 40여명의 연구진을 이끌고 있다. 연구소가 수행하는 과제는 △산업부산물을 활용한 오염 준설토 재활용 △정삼투막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형 담수화 △부유식 해상플랫폼 모듈 및 계류시스템 △취수 및 배수시설 설계 △지하공간 공사를 위한 초기 설계 기술 등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업은 오염 준설토 재활용 기술이다.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단지나 항만 근처 바다에 깔린 오염토를 퍼내면 이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는 매립이 가장 편한 방법이었지만 최근엔 이를 정화해 처리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만 처리 비용이 수조원대라 이를 친환경 기술로 전환하면 큰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이 소장은 “준설토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면 산성을 띠는데 여기에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재(플라이 애시)로 중화하는 것이 기술의 골자”라고 설명했다. 매립지를 조성하는 대신 바다에 뜨는 부유식 구조물로 공간을 넓히는 문제도 싱가포르 정부의 주요 관심사다.

공동연구소가 수행하는 연구에는 부족한 국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싱가포르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이 소장은 “싱가포르 정부가 특정 기술의 연구용역을 발주하면 언젠가 해당 기술이 필요한 공사도 발주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런 사업 방향을 미리 읽고 입찰에 앞서 준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현대건설에 중동 다음으로 중요한 해외시장이기 때문에 이 연구소를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해외 우수 인력을 기술 개발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난양공대는 영국 고등교육 조사기관 QS의 대학 평가에서 13위를 차지한 명문대학으로 서울대보다 순위가 22계단 높다.

이 소장은 기술 개발과 함께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공동연구소 운영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이라도 막상 해외에 적용하려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지 대학과 협력해 기술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