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름, 주목해야 할 그 이름 ⑧] 외국인 사로잡은 '데콜렉트'…2차원 도형이 그리는 한국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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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더 이상 영화, 드라마, 음악에 국한한 현상이 아니다. 스타가 입은 옷, 착용한 액세서리가 주목받으면서 K패션도 한류의 한 줄기를 형성한다. K패션 중심에 선 것은 동대문 쇼룸(상품 전시실)인 '차오름'. 서울산업진흥원(SBA) 주관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아이디어와 역량이 뛰어난 중소 패션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해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차오름이 눈여겨보는 패션 브랜드와 이를 이끄는 디자이너를 만나보자. 당신이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편집자주]
외국이라곤 가본 적도 없는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 외국인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울 한남동 한적한 길가에 위치한 브랜드 '데콜렉트'(Dhe:collect) 매장은 이곳을 지나는 외국인들이 한번쯤 들르는 곳이다.
매장에 들어와서 명함을 주고 가는 외국 패션 바이어도 있고, 옷을 입어본 뒤 구매해 가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이들이 '데콜렉트' 옷에 끌리는 이유는 평범한 실루엣에서 묘하게 배어나오는 한국적인 정서 때문이다.
◆ 원과 네모가 인체와 만나면
데콜렉트를 이끌고 있는 조유림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다 3년 전 이 브랜드를 시작했다.
그는 2차원 도형을 인체와 결합했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다워 보일지, 그것이 얼마나 한국적일 수 있을지를 우선 고민했다.
"한국적인 게 뭘까. 나만의 디자인이 뭘까를 늘 고민했죠. 2차원 도형이 인체와 만날 때 형태가 바뀌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한복도 사실 그렇죠. 이런 고민에서 나온 한국적인 라인과 특징이 외국인들에게 어필하는 게 아닐까요."
실제 '데콜렉트' 옷은 원이나 네모 같은 2차원 개념의 도형이 자연스레 입는 사람 몸에 맞춰지도록 만들었다. 군더더기가 많은 것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투박한 조형미가 은근한 멋으로 자리잡는다.
이런 이유로 데콜렉트 옷은 외국인 뿐 아니라 조각가, 건축가 등 예술계에 종사하는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조 디자이너가 옷을 만들 때 고민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실용성이다. 예컨대 멋을 위해 직선 느낌을 강조하는 옷이라도 입은 사람이 활동할 때 불편하다면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디자인이 옷의 100%를 차지하면 안되죠. 디자이너의 철학을 담은 디자인은 50% 정도 가져가고 나머지 부분은 옷을 입은 사람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 두가지가 합쳐져 100%가 됐을 때 비로소 그 옷이 가장 빛나 보이거든요."
조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실용성에 주목했던 건 아니었다. '데콜렉트'를 시작하기 전 준비 과정에서는 디자인 요소가 많이 들어 간 옷을 주로 만들었다.
하나의 옷으로 착장 법에 따라 서너 가지 스타일을 낼 수 있는 옷을 생각했지만 이 경우 대개는 입었을 때 편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또 이런 옷들은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매번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때서야 옷을 입는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사실 옷을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모두 소비자거든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옷을 매번 드라이클리닝 하겠어요. 편하게 입고 손으로 빨고 하는 분들이 훨씬 많을 거예요. 손빨래해서 빨리 편하게 입을 수 있는데 형태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은 옷이겠죠."
◆ 인체공학 디자인·한국적 멋 승부
올해 3년 차를 맞은 '데콜렉트'는 이제 한남동 일대에서는 제법 입소문 난 브랜드다. 조 디자이너는 그러나 브랜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 쪽에 좀더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들고 해외 시장에서 승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이를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손잡고 만든 공공 쇼룸인 '차오름'이다.
차오름은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한 쇼룸으로 디자인 개발과 판매, 수주까지 한번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바이어가 직접 물건을 보고 주문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사업적으로) 잘 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아요. 그런 부분을 차오름에서 도움받을 수 있으니 좋죠. 판매 단가를 정하는 부분이나 해외 시장 나갈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차오름이 기준을 마련해 줍니다."
조 디자이너는 '데콜렉트'를 통해 인체공학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디자인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입었을 신체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재미와 휴식을 줄 수 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저는 늘 고민이 많지만 제가 만드는 옷은 심각하지 않고 단순했으면 좋겠어요. 소비자들이 입고 즐거웠으면 하거든요. 앞으로도 즐겁고 유쾌한 데콜렉트만의 옷을 꾸준히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외국이라곤 가본 적도 없는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 외국인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울 한남동 한적한 길가에 위치한 브랜드 '데콜렉트'(Dhe:collect) 매장은 이곳을 지나는 외국인들이 한번쯤 들르는 곳이다.
매장에 들어와서 명함을 주고 가는 외국 패션 바이어도 있고, 옷을 입어본 뒤 구매해 가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이들이 '데콜렉트' 옷에 끌리는 이유는 평범한 실루엣에서 묘하게 배어나오는 한국적인 정서 때문이다.
◆ 원과 네모가 인체와 만나면
데콜렉트를 이끌고 있는 조유림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다 3년 전 이 브랜드를 시작했다.
그는 2차원 도형을 인체와 결합했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다워 보일지, 그것이 얼마나 한국적일 수 있을지를 우선 고민했다.
"한국적인 게 뭘까. 나만의 디자인이 뭘까를 늘 고민했죠. 2차원 도형이 인체와 만날 때 형태가 바뀌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한복도 사실 그렇죠. 이런 고민에서 나온 한국적인 라인과 특징이 외국인들에게 어필하는 게 아닐까요."
실제 '데콜렉트' 옷은 원이나 네모 같은 2차원 개념의 도형이 자연스레 입는 사람 몸에 맞춰지도록 만들었다. 군더더기가 많은 것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투박한 조형미가 은근한 멋으로 자리잡는다.
이런 이유로 데콜렉트 옷은 외국인 뿐 아니라 조각가, 건축가 등 예술계에 종사하는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조 디자이너가 옷을 만들 때 고민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실용성이다. 예컨대 멋을 위해 직선 느낌을 강조하는 옷이라도 입은 사람이 활동할 때 불편하다면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디자인이 옷의 100%를 차지하면 안되죠. 디자이너의 철학을 담은 디자인은 50% 정도 가져가고 나머지 부분은 옷을 입은 사람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 두가지가 합쳐져 100%가 됐을 때 비로소 그 옷이 가장 빛나 보이거든요."
조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실용성에 주목했던 건 아니었다. '데콜렉트'를 시작하기 전 준비 과정에서는 디자인 요소가 많이 들어 간 옷을 주로 만들었다.
하나의 옷으로 착장 법에 따라 서너 가지 스타일을 낼 수 있는 옷을 생각했지만 이 경우 대개는 입었을 때 편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또 이런 옷들은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매번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때서야 옷을 입는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사실 옷을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모두 소비자거든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옷을 매번 드라이클리닝 하겠어요. 편하게 입고 손으로 빨고 하는 분들이 훨씬 많을 거예요. 손빨래해서 빨리 편하게 입을 수 있는데 형태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은 옷이겠죠."
◆ 인체공학 디자인·한국적 멋 승부
올해 3년 차를 맞은 '데콜렉트'는 이제 한남동 일대에서는 제법 입소문 난 브랜드다. 조 디자이너는 그러나 브랜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 쪽에 좀더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들고 해외 시장에서 승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이를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손잡고 만든 공공 쇼룸인 '차오름'이다.
차오름은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한 쇼룸으로 디자인 개발과 판매, 수주까지 한번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바이어가 직접 물건을 보고 주문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사업적으로) 잘 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아요. 그런 부분을 차오름에서 도움받을 수 있으니 좋죠. 판매 단가를 정하는 부분이나 해외 시장 나갈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차오름이 기준을 마련해 줍니다."
조 디자이너는 '데콜렉트'를 통해 인체공학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디자인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입었을 신체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재미와 휴식을 줄 수 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저는 늘 고민이 많지만 제가 만드는 옷은 심각하지 않고 단순했으면 좋겠어요. 소비자들이 입고 즐거웠으면 하거든요. 앞으로도 즐겁고 유쾌한 데콜렉트만의 옷을 꾸준히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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