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10명 중 4명 "집 안 물려줄 것"
주택을 보유한 50~80대 장·노년층 네 명 중 한 명은 자녀에게 집을 상속·증여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에게 집을 물려줄 뜻이 없다는 장·노년층 비율은 2008년 조사에선 열 명 중 한 명에 그쳤으나, 수명이 늘고 노후 준비 필요성이 커지면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보유 주택을 맡기고 매달 생활비를 받는 주택연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만 55~84세 주택 보유자 3000명과 주택연금 가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25.2%가 자녀에게 집을 물려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고 29일 발표했다. 2008년만 해도 자녀에게 집을 상속·증여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12.7% 수준이었다. 2010년 20%대에 진입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8년 새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주택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만 55~59세 응답자는 열 명 중 네 명꼴인 39.1%가 자녀에게 주택을 상속하지 않겠다고 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은퇴 후 생활기반 마련 욕구가 더 큰 편이라고 주택금융공사는 설명했다.

주택연금 가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비 및 의료비 확보를 위해 주택을 맡기고 연금을 받으려는 노년층이 늘고 있어서다. 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명이 만 60세 이상인 가구의 주택(9억원 이하) 소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상품이다.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지지만, 만 70세인 주택 보유자가 9억원짜리 집을 맡기면 사망 때까지 매달 약 286만원을 받을 수 있다. 가입 연령이 높을수록, 주택가격이 비쌀수록 월 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달 말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는 3만792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월평균 255명이 가입하는 데 그쳤지만 올 들어서는 월평균 가입자가 880명으로 네 배 정도로 증가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연간 5000명 수준이던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는 올해 1만명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