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임기 단축 등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해 형사상 면죄부가 주어질지 관심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면죄부 보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중론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 퇴진과 형사 처벌은 별개 문제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이미 박 대통령의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났고, 특검도 예정대로 법에 따라 수사한 뒤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씨 등과 함께 직권남용 공범 등 혐의가 공소장에 적시됐고, 조만간 가동될 특검은 뇌물죄 유무를 밝힐 계획이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는 “헌법에 따라 임기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박 대통령도 자리에서 내려오는 날 구속과 기소 등 형사처벌이 즉각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악화된 촛불 민심이 과연 박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특별대우를 용인할지도 의문시된다.

반면 정치권이 사면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당장 여야 정치권이 약속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이를 언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명예로운 퇴진’을 운운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탄핵 위기에 처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해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전격 사면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야가 대타협을 한다면 박 대통령에 대해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법 시스템상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야당 관계자는 “특검까지 예고된 만큼 박 대통령 사면을 미리 보장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전직 국무총리·국회의장 등 원로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도 “사법처리 면제까지 고려하고 내년 4월 하야를 제언한 건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특단의 합의를 하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