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엔터주 연일 급등락…널뛰는 중국 관련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시작한 지난 29일 오후 2시30분. 국내 화장품주와 엔터테인먼트주 거래량이 급증하며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1%대 상승에 머물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불과 30분 만에 5%대로 치솟았다. CJ E&M,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주들도 단숨에 3~5% 급등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히자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악화 일로였던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이들 종목의 매수세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김선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지 관련주 주가가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단 하루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95% 떨어진 32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상승분(5.56%)을 대부분 반납했다. LG생활건강(-3.08%)도 하락세로 돌아섰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3.74%) CJ E&M(-3.26%) 에스엠(-3.11%) 등 주요 엔터주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국방부가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과 관계없이 사드 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이 이날 오전 보도되면서 투자심리가 꺾였다는 설명이다.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들 주식은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로부터 한국 방문 관광객 수를 20%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는 소식에 관련주들이 하락했다.

지난 21일에는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 규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란 현지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LG생활건강 아모레G 등이 연중 최저가로 추락했다.

실적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 이슈에 시장이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낙폭이 과도했기 때문에 작은 기대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인 것 같다”며 “화장품주는 면세점과 해외시장의 성장세, 4분기 실적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보다는 외부 호재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단타성 투자를 하는 경향이 많다”며 “국내 증시가 외부 악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애널리스트들이 곧바로 반응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