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정치 폭주와 개헌…경제적 자유 지켜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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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구조개편 중심 논의에 경제 행방불명 우려
'재벌 개혁' 내세운 야당에 기업인 '인민재판' 즐기는 국회
헌법 '경제 민주화' 조항 반드시 삭제해야 시장경제 질서 바로 선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재벌 개혁' 내세운 야당에 기업인 '인민재판' 즐기는 국회
헌법 '경제 민주화' 조항 반드시 삭제해야 시장경제 질서 바로 선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개헌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이다. 정국 돌파의 수단으로, 정권 쟁취의 수단으로 저마다 지펴온 불씨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거취를 국회로 떠넘기면서 기름을 들이부었다. 야3당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지만 정치권은 싫고 좋고를 떠나 개헌이라는 블랙홀로 서서히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개헌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다. 권력 구조 개편이다. 정치권 스스로 87체제의 한계를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다. 대통령 4년 중임제인가, 이원집정부제인가, 아니면 의원내각제인가. 국민들도 다르지 않다. 어느 나라보다 정치 성향이 강한 국민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중심’이 망가지고 말았으니 오죽하겠는가. 권력 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가 강한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목적이다.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해서? 차기를 꿈꾸는 잠룡들을 위해서? 어찌 그게 목표가 될 수 있겠는가. 헌법은 국가의 통치 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 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다. 개헌으로 통치 구조를 어떻게 바꾸든 국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일변도의 개헌 논의는 그래서 위험하다.
한국의 헌법은 초기부터 강한 사회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홉 차례에 걸친 개헌으로 성격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꾸준히 수정돼오긴 했지만 말이다. 문제는 1987년 개헌 때 불쑥 끼어든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87헌법에는 애초 경제적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각오가 없다. 헌법 119조 1항에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고 돼 있지만, 2항에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상반된 가치가 공존하는 이 조항 탓에 경제는 자유의 욕구와 평등의 압력 사이에서 늘 불안한 행보를 거듭해야 했다. 정치인들은 특히 이 조항을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삼아 평등의 가치만을 부각시켜 왔다. 그러다 보니 1항의 의미는 실종되고 2항이 헌법의 기본정신이 돼 버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경제민주화만 남고, 시장경제를 뒷받침할 경제적 자유는 실종된 상태다.
대통령 조기 퇴진 정국에서의 개헌 논의는 그래서 위험할 수밖에 없다. 경제는 아예 자리를 잡을 곳이 없다. 정치만 춤을 출 뿐이다. 보수를 표방해온 여당은 눈만 멀뚱거릴 뿐이고 개혁의 기치를 내건 야당들은 날개를 달았다. 국회는 이미 폭주하는 기관차다.
3년 넘게 공을 들인 노동개혁은 정국의 격랑 속에 결국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해온 온갖 개혁법과 규제 관련법은 모두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재벌개혁을 정기국회 최우선 과제로 삼은 야당 앞에 여당은 간 곳이 없다. 투기자본에 날개를 달아주는 상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표적인 과잉 입법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도 마찬가지다. 세계 모든 나라가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법인세는 나홀로 인상을 향해 치닫고, 심지어 누리과정 예산과 바꿔 먹기 대상이 됐다.
정치인에게 기업은 질투와 시기의 대상일 뿐이다. 여야는 대통령의 압력에 돈을 뜯긴 기업인들을 국정조사에 불러내기로 했다. 생산성 제로의 국회가 세계를 누비며 국부 키우기에 골몰하는 기업 총수들을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며 즐거워한다. 성공한 기업에 재를 뿌려야 표가 불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인 골탕먹이기를 즐기는 건 ‘짝퉁 보수’ 새누리도 마찬가지이고. 이런 사람들이 국민 모두를 위한 개헌을 할 수 있을까.
경쟁과 자유에 바탕을 둔 자유시장경제만이 성장의 기적을 낳는다. 과다한 규제와 기업가정신의 후퇴 탓에 지난 20년간 줄곧 하락한 성장률이 그 증거다.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적 자유가 화두여야 한다.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법률만능주의를 막기 위해서라도 헌법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제거하고 경제적 자유를 더욱 깊이 새겨 넣어야 한다. 개헌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대통령 내쫓기와 차기 정권 쟁취에 정신이 팔린 정치인들에게만 개헌의 칼자루를 맡길 수 없는 노릇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개헌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다. 권력 구조 개편이다. 정치권 스스로 87체제의 한계를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다. 대통령 4년 중임제인가, 이원집정부제인가, 아니면 의원내각제인가. 국민들도 다르지 않다. 어느 나라보다 정치 성향이 강한 국민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중심’이 망가지고 말았으니 오죽하겠는가. 권력 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가 강한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목적이다.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해서? 차기를 꿈꾸는 잠룡들을 위해서? 어찌 그게 목표가 될 수 있겠는가. 헌법은 국가의 통치 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 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다. 개헌으로 통치 구조를 어떻게 바꾸든 국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일변도의 개헌 논의는 그래서 위험하다.
한국의 헌법은 초기부터 강한 사회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홉 차례에 걸친 개헌으로 성격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꾸준히 수정돼오긴 했지만 말이다. 문제는 1987년 개헌 때 불쑥 끼어든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87헌법에는 애초 경제적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각오가 없다. 헌법 119조 1항에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고 돼 있지만, 2항에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상반된 가치가 공존하는 이 조항 탓에 경제는 자유의 욕구와 평등의 압력 사이에서 늘 불안한 행보를 거듭해야 했다. 정치인들은 특히 이 조항을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삼아 평등의 가치만을 부각시켜 왔다. 그러다 보니 1항의 의미는 실종되고 2항이 헌법의 기본정신이 돼 버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경제민주화만 남고, 시장경제를 뒷받침할 경제적 자유는 실종된 상태다.
대통령 조기 퇴진 정국에서의 개헌 논의는 그래서 위험할 수밖에 없다. 경제는 아예 자리를 잡을 곳이 없다. 정치만 춤을 출 뿐이다. 보수를 표방해온 여당은 눈만 멀뚱거릴 뿐이고 개혁의 기치를 내건 야당들은 날개를 달았다. 국회는 이미 폭주하는 기관차다.
3년 넘게 공을 들인 노동개혁은 정국의 격랑 속에 결국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해온 온갖 개혁법과 규제 관련법은 모두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재벌개혁을 정기국회 최우선 과제로 삼은 야당 앞에 여당은 간 곳이 없다. 투기자본에 날개를 달아주는 상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표적인 과잉 입법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도 마찬가지다. 세계 모든 나라가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법인세는 나홀로 인상을 향해 치닫고, 심지어 누리과정 예산과 바꿔 먹기 대상이 됐다.
정치인에게 기업은 질투와 시기의 대상일 뿐이다. 여야는 대통령의 압력에 돈을 뜯긴 기업인들을 국정조사에 불러내기로 했다. 생산성 제로의 국회가 세계를 누비며 국부 키우기에 골몰하는 기업 총수들을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며 즐거워한다. 성공한 기업에 재를 뿌려야 표가 불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인 골탕먹이기를 즐기는 건 ‘짝퉁 보수’ 새누리도 마찬가지이고. 이런 사람들이 국민 모두를 위한 개헌을 할 수 있을까.
경쟁과 자유에 바탕을 둔 자유시장경제만이 성장의 기적을 낳는다. 과다한 규제와 기업가정신의 후퇴 탓에 지난 20년간 줄곧 하락한 성장률이 그 증거다.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적 자유가 화두여야 한다.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법률만능주의를 막기 위해서라도 헌법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제거하고 경제적 자유를 더욱 깊이 새겨 넣어야 한다. 개헌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대통령 내쫓기와 차기 정권 쟁취에 정신이 팔린 정치인들에게만 개헌의 칼자루를 맡길 수 없는 노릇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