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나 애니메이션도 K팝처럼 한류 콘텐츠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콘텐츠를 중국에 보급하는 IIE스타그룹 이재원 부사장(34·사진)은 한국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제가 하는 일 자체가 애국”이라며 스스로 한류 전도사임을 자부했다.

IIE스타그룹은 2012년 중국에서 자모게임즈란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글로벌 콘텐츠 제작·유통회사다. 한국과 일본, 캐나다, 러시아, 중동 등지의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중국 시장에 보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예기획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콘텐츠 교류 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의 화이브러더스 화책미디어 중국이동 바이두게임 같은 대형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본 전용관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앞으로는 한국 전용관을 활성화시킬 계획입니다.”

강원 홍천 출신인 이 부사장이 젊은 나이에 중국 회사 부사장까지 오른 데는 제임스 창 IIE스타 회장과의 인연과 실력 덕분이다. 그가 이 회사에 합류한 건 2년 전이다. 2012년 베이징대 정부관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중국 유학생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가 대기업에 취업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은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결심했다.

첫 직장인 미국계 회사를 거쳐 중국공중망게임에서 첫 한국인 매니저가 된 그는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텐센트 같은 대형 회사의 스카우트 대상이 됐다. 그런 그가 선택한 건 작은 IIE스타였다. 친한파인 창 회장의 제안에 끌렸기 때문이다. “창 회장님과는 뭔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누구보다 한국을 깊이 이해하고 제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폭적으로 받아줬습니다. 수익이 발생하면 한국에 재투자하려는 마인드도 좋았고요.” 이 회사에 합류한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지만 장애물도 많았다.

베이징에서 한국 기업에 전화를 걸어 “중국 회사”라고 말을 걸면 첫 마디에 전화가 끊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받았기 때문이다. 불신을 없애는 게 급선무란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다. 수시로 베이징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펼쳤다. 중국 기업의 비즈니스 관행이 다르다고 기피하는 회사도 많았다. 특히 금전 거래가 그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 부사장은 한국 은행의 계좌를 열어 믿음을 줬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직원 네댓 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베이징 본사 임직원만 100여명이다. 게임분야 매출은 400억원 수준. 중국 증시 상장도 추진 중이다. 입사 당시만 해도 이 부사장이 유일한 한국인이었지만 지금은 본사 한국팀에 20명이 근무한다. 문화사업 특성상 정서를 정확히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전원 한국인으로 구성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의 콘텐츠를 발굴하거나 공동으로 생산해 중국 시장에 보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홍익대 애니메이션학과, 한국IT직업전문학교 웹툰학과 등과 협약을 맺고 콘텐츠 개발 기술 인력과 신진 작가를 발굴해 중국 진출을 지원한다.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건 양국 간 문화교류를 증진하는 가교가 되고 싶은 생각에서입니다.”

IIE스타그룹은 웹툰 같은 콘텐츠의 현지화와 연재, 방영 못지않게 핵심 지식재산권(IP) 개발에 집중한다. 캐릭터를 개발해 영상화 게임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발굴, 투자해 중국에 한류 붐을 일으키는 게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