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여중생 살해 부인하던 김길태, 어릴적 이름 불러 자백 유도했죠"
2010년 3월 부산에서 여중생을 무참히 살해하고 붙잡힌 김길태는 5일간 입을 꽉 다문 채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심리전’에 나섰다. 당시 프로파일러는 그의 친구들을 찾아 만났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어릴 적 길태라는 이름 대신 ‘상태’로 불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입양된 김씨는 ‘길에서 태어났다’는 뜻의 자기 이름을 싫어했다고 했다. 김씨를 다시 만나러 간 프로파일러는 그에게 “상태야”라고 말을 건넸다. 놀란 김씨의 눈빛이 떨렸다. 김씨의 감정선을 파고든 경찰은 각종 기법을 동원한 면담 끝에 김씨에게서 자백을 끌어냈다.

당시 김씨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권일용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범죄행동분석팀장(52·경감·사진)이다. 권 팀장은 2일 “프로파일링은 증거물 등 객관적 자료뿐만 아니라 범죄자의 성격과 가정환경, 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범죄자의 유형을 분석하는 활동”이라며 “범인을 잡는 과정은 물론 범죄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 국내 최초로 프로파일러가 된 권 팀장은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희대의 연쇄살인범과 김길태, 오원춘 등 흉악범죄자 수사 과정에서 활약했다. 올해 5월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씨의 심리와 범죄행동 분석을 총괄했다.

권 팀장이 이제까지 면담한 범죄자는 1000여명에 달한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을 온 마음과 머리를 써서 분석하는 것이 일상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3명을 살해하고 재판 과정에서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못 끊겠다”고 한 연쇄살인범 정남규를 떠올리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고 했다.

권 팀장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는 프로파일러들을 일으켜 세우는 힘은 피해자나 유가족을 만났을 때의 울컥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범죄를 미리 막아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겠다는 것이 모든 프로파일러의 각오”라고 강조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