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현대자동차 직원 중에는 ‘쏘나타자동차’로 사명을 바꾸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만큼 쏘나타의 인기가 높았다. 2006년 쏘나타의 브랜드 가치는 국내 전체 브랜드 중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쏘나타의 브랜드 가치 순위는 78위로 뚝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산업과 소비지형 변화는 브랜드 시장도 요동치게 했다. 나이키, 코카콜라는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TV광고로 인기를 끌었던 BC카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분석한 결과다.
자동차·아파트 지고, 모바일·SNS 뜨고
◆자동차·아파트 브랜드의 몰락

브랜드스탁은 “2006년 브랜드 가치 순위 100위 안에 든 브랜드 중 56개가 사라지거나 순위에서 밀렸다”고 4일 밝혔다. 자동차와 아파트 브랜드 순위 추락이 가장 두드러졌다. BMW가 19위에서 75위로 급락했다.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수입차는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e편한세상, 푸르지오, 자이, 롯데캐슬 등 아파트 브랜드도 100위 밖으로 빠졌다. 26위에서 57위로 밀린 래미안만 살아남았다.

자동차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옥근 브랜드스탁 국장은 “불황으로 자동차를 바꾸는 소비자가 줄고, 200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아파트 브랜드가 힘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 브랜드가 좋은 대접을 받던 시대도 끝났다. 10년 전 11위와 18위에 올랐던 나이키와 코카콜라는 올해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아디다스, DHL도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브랜드 프리미엄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입 브랜드를 우대하던 소비자의 인식이 바뀐 것이다.

◆카카오톡 3위…IT업체 1위

인터넷 사용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랜드도 속출했다. 네이트온, MSN메신저 등 PC 기반 메신저가 대표적이다. 모두 1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강자에 자리를 내줬다. 싸이월드, 네이트도 희생양이 됐다. 그들의 빈자리를 카카오톡(3위)과 페이스북(25위)이 차지했다.

콘텐츠 플랫폼 역시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함에 따라 카카오톡이 네이버와 다음을 누르고 정보기술(IT)업체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브랜드 가치 1위였던 애니콜 자리에는 삼성 갤럭시가 들어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재빨리 적응하면서 10년 동안 모바일 기기 브랜드의 가치를 지킬 수 있었다.

◆이마트 10년 만에 2위로

유통시장의 브랜드 지도도 뒤집어졌다.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 관련 브랜드가 속속 떠오르며 온라인 유통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졌다. 원조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는 2006년 37위에서 10년 동안 계속 하락해 100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2008년에 생긴 11번가가 1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G마켓, 쿠팡 등 오픈마켓 및 소셜커머스 브랜드도 순위가 급상승했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는 이마트가 10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최근 롯데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롯데백화점 순위는 6위에서 10위로 4계단 밀렸다.

해외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가 상위권에 진입한 경우도 많다. 100위 밖이었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10년 만에 브랜드 가치 24위에 올랐다. 설화수는 중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작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파리바게뜨도 2006년엔 순위에 없었으나 국내 점포 수 확대와 함께 아시아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올해 브랜드 순위 36위에 올랐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