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아트파크갤러리에 전시된 신선미 씨의 ‘어느 늦은 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아트파크갤러리에 전시된 신선미 씨의 ‘어느 늦은 밤’.
“30~40대는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과 마주하고 문화적 세례를 받고 자란 아티젠(Arty+Generation)입니다. 선배들이 가진 카리스마는 없지만 디지털 세대의 당돌함이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그 어떤 세대의 화가보다 문화적인 열망과 취향, 도전정신이 충만합니다.”(한국화가 신선미)
왼쪽부터 이길우, 허수영, 최우람, 박경근.
왼쪽부터 이길우, 허수영, 최우람, 박경근.
지난 20~30년 동안 미술계에서 실력을 다져온 신선미 씨를 비롯해 이길우, 최우람, 노충현, 정소연, 박미나, 이광호 씨 등 3040세대 미술가 30여명이 초겨울 화단을 달구고 있다. 어느덧 사회 중심축이 된 이들은 얄팍한 트렌드에 의지하기보다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자기성찰,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까지 가미된 팝아트, 영상설치, 현대적 수묵화 등 다양한 작품을 들고 나왔다.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 가미

AI아트부터 한국화까지…3040미술가 실험은 계속된다
‘향불 화가’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이길우 씨(49)는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 전격 초대됐다. 방글라데시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이씨는 그동안 향불이나 전기인두로 한지에 수만 번씩 반복해 만든 구멍으로 일상의 풍경을 묘사해왔다. 2011년 뉴욕 화이트박스 329갤러리의 개인전에는 뉴욕화랑협회장, 뉴욕감사원장, 김동수 모델협회장, 원더걸스 선예 등 유명인사가 방문할 만큼 두터운 애호가층을 두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맥도날드 상징인 로널드를 비롯해 마릴린 먼로의 얼굴 등을 향불과 전기인두로 태워 작업한 25점을 걸었다.

조각가 최우람 씨(46)도 한국의 융성한 미술 토양을 일구는 데 동참했다. 내년 2월12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최씨는 기계와 모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움직이는 조각인 ‘기계생명체 아트’를 창조한 선구자다. 2006년 포스코 스틸아트 공모전 대상을 받은 그는 이번 전시에 초기작부터 올해 신작까지 조각, 설치작품 등 20점을 내놨다. 마치 호흡하듯 움직이는 작품은 기계부품으로 구성했지만 차가운 느낌보다 온기를 지닌 생명체 같은 느낌을 준다.

화가 신선미 씨(36)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아트파크갤러리에서 이달 18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배경을 없앤 화면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과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을 세밀하게 그린 ‘개미요정’ 시리즈 28점을 출품했다. 황석영 씨의 소설 《바리데기》표지 그림을 그려 주목받은 그는 한복을 입은 여성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동화적 감성을 액자소설식으로 작업한 게 이채롭다.

실제적이면서 비현실적인 모형을 통해 풍경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정소연(14일까지·이화익갤러리), 현대인의 상처받은 영혼과 희망의 메시지를 다채로운 색깔로 은유한 박미나(내년 9월24일까지·경주 예술의전당), 시간 흐름에 따라 변하는 풍경을 잡아내는 허수영(9일~내년 1월8일·학고재갤러리), 동물원 우리의 시설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노충현(8일~내년 2월11일·페리지갤러리), 극사실주의 작가 이광호(내년 1월5일~2월22일·일우스페이스)도 신작을 걸거나 준비 중이다.

◆45세 이하 작가 아트페어도 등장

젊은 작가의 기획전도 줄을 잇고 있다. SK그룹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가 내년 1월20일까지 여는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AI(인공지능)와 휴머니티’전은 한국 젊은 영상설치미술가들의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는 자리다.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신승백과 김용훈, 설치작가 양민하 등이 참여해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시대를 시각예술로 조명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김웅현 노상호 박경근 박광수 안지산 윤향로 씨 등이 참여하는 기획전 ‘직관의 풍경’전을 오는 15일부터 시작한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New Memories in Holiday’전을 열어 강미선, 강정은, 곽철안, 김재용, 류종대, 박선영, 양웅걸, 이헌정 등의 회화·패브릭·도자·디자인 작품을 내걸었다.

45세 이하 작가만의 기발하고 참신한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아트페어도 등장했다. 고양 킨텍스에서 4일 폐막한 ‘스푼아트 쇼’에는 설치작가 김기라를 비롯해 조각가 최영돈, 조각가 김경민, 사진작가 노세환, 남경민, 최재혁, 이은채, 김승환, 임현희, 김세중, 정두화, 차영석, 구본석 등 45세 이하 작가 300여명이 참여해 관람객 3만여명을 끌어모아 호응을 얻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3040세대 작가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한국적인 멋을 잘 표현하느냐가 작품성을 평가하는 잣대”라며 “한국 젊은 작가의 차별화된 작품은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