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환경상품협정 불발…힘빠진 기후변화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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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국 모였지만
무관세·5%이내 관세 부과
품목 확정놓고 이견 못좁혀
파리기후협약 공조 흔들
중국 태양광 공급과잉에 지금도 우려 목소리 높아
트럼프 '화석연료 확대' 공약…온실가스 감축 동력 약화
무관세·5%이내 관세 부과
품목 확정놓고 이견 못좁혀
파리기후협약 공조 흔들
중국 태양광 공급과잉에 지금도 우려 목소리 높아
트럼프 '화석연료 확대' 공약…온실가스 감축 동력 약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17개국이 태양광 등 친환경 기술 제품의 관세를 철폐하기 위한 협상(EGA·환경상품협정)을 벌였으나 무산됐다. EGA는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 보호를 위해 2014년 7월 출범했으며 지난해 12월 195개국이 파리에서 맺은 기후변화협약의 기반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파리기후협정 파기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EGA마저 연내 타결시한을 넘기면서 세계적인 기후변화 공조체제가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참가국 이견으로 ‘불발’
WTO EGA 참가국들은 지난 3~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장관 회의를 열었으나 참가국 간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GA 참여국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17개국이다. 참여국은 애초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결론 도출에 실패하며 연내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EGA는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무관세 혹은 5% 이내의 관세를 적용하려는 협정이다. 태양광·풍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미네랄울·유리섬유 등 단열재, LED(발광다이오드)조명·콘덴싱보일러·고효율 전동기 등 에너지효율 제품 등 300여개 품목이 대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감품목에 대한 참가국 간 입장차가 커서 관세 철폐 대상 리스트를 확정하는 데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컨덴싱보일러 LED조명 온수기 등은 관세 철폐 시 유리하나, 전기류 펌프류 등은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후변화 체제 무용론
이번 회의 전부터 EGA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저가의 제품을 과잉 생산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태양광 업체들이 줄도산한 상황이다. 관세까지 철폐하면 중국의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유인책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EGA 협상 실패로 기후변화 공조체제가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체제가 변화할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환경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유엔에 제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를 줄이겠다는 미국보다도 높은 목표치다. 2062년 이후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없애겠다는 정책도 ‘37% 룰’에 따라 만들어졌다.
트럼프 당선 이후 정부 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이대로 추진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한국의 감축목표는 2020년까지 30%였는데 갑자기 목표치가 상향 조정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기후변화 공조체제에서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만 무리하게 이 목표를 지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정부는 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지를 담은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WTO EGA 참가국들은 지난 3~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장관 회의를 열었으나 참가국 간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GA 참여국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17개국이다. 참여국은 애초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결론 도출에 실패하며 연내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EGA는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무관세 혹은 5% 이내의 관세를 적용하려는 협정이다. 태양광·풍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미네랄울·유리섬유 등 단열재, LED(발광다이오드)조명·콘덴싱보일러·고효율 전동기 등 에너지효율 제품 등 300여개 품목이 대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감품목에 대한 참가국 간 입장차가 커서 관세 철폐 대상 리스트를 확정하는 데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컨덴싱보일러 LED조명 온수기 등은 관세 철폐 시 유리하나, 전기류 펌프류 등은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후변화 체제 무용론
이번 회의 전부터 EGA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저가의 제품을 과잉 생산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태양광 업체들이 줄도산한 상황이다. 관세까지 철폐하면 중국의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유인책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EGA 협상 실패로 기후변화 공조체제가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체제가 변화할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환경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유엔에 제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를 줄이겠다는 미국보다도 높은 목표치다. 2062년 이후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없애겠다는 정책도 ‘37% 룰’에 따라 만들어졌다.
트럼프 당선 이후 정부 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이대로 추진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한국의 감축목표는 2020년까지 30%였는데 갑자기 목표치가 상향 조정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기후변화 공조체제에서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만 무리하게 이 목표를 지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정부는 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지를 담은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