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유일호의 순수함 혹은 순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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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부담률 25%…소비절벽 당연
개혁 외면한 결과가 무기력 경제
2% 저성장에 건전재정 자랑이라니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개혁 외면한 결과가 무기력 경제
2% 저성장에 건전재정 자랑이라니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우리가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것은 그것이 청년들의 일자리요, 서민들의 밥이며, 그것으로 노인들의 지친 삶을 보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이 무너지면 다른 모든 것이 무너지기에 우리는 경제성장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언제나 강조하게 된다. 사악한 자들은 땀 흘리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2%의 낮은 성장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짐짓 건방을 떠는 사람도 많다.
박근혜 대통령 4년차의 경제성장률이 2%대로 무너진 것이 작금의 정치적 혼란을 불러온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무현 집권기에 특히 심화된 양극화 지수들이 그에 대한 대중의 변심을 불러왔듯이 2%대 성적표로는 차기 정권도 비아냥과 조롱과 대중의 저주에 쉽게 맞닥뜨릴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며, ‘87체제’의 결과물인 강력한 국회와 노조가 합심해 노동개혁 정치개혁 등 일체의 개혁을 좌초시켜왔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저축을 박박 긁어 해외로 내보내고,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걷고, 저 혼자 재정건전성을 떠들면서 허리춤을 졸라매고, 돈이 돌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차단하고, 예산은 복지에만 쏟아부어 온 것이 바로 정부였다. 지금의 무기력한 경제는 그 결과다. 올 한 해 예상보다 더 걷은 세금은 9월 말까지만도 22조원이다. 국민연금 한 군데서 거둬들인 돈만도 작년에 37조원이다. 이렇게 걷은 돈은 주로 증권시장에 투입돼 외국 투기자본의 주식매도를 지원해왔다. 또 그중 3분의 1 즉, 10조원 이상은 해외 공장도 아니라 멋진 빌딩 따위에 투자됐다. 기업들이 준조세로 뜯기는 돈만 매년 20조원이다. 법정 부담금 13조4000억원, 기부금 6조4000억원, 강제성 채권 2000억원 등이다. 이는 법인세 부담액 45조원의 거의 절반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성 보험료로 기업들이 내야 하는 돈이 다시 43조5000억원이다. 이렇게 탈탈 털어 가면서 내수소비를 말하면 헛웃음만 나온다.
국민부담률이 GDP의 25.3%로 치솟은 것은 그 결과다. OECD에서는 낮은 수치라지만 한국을 4만~5만달러 국가와 비길 수는 없다. 그나마 소득을 이렇듯 빨대처럼 빨아들이고 있으니 무슨 돈으로 소비하나. 국민들 호주머니에 뭐라도 남겨두는 것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위기로 치닫는다는 1300조원의 가계부채는 정확하게 그 결과다. 그게 정부 계정이 그 나름대로 건전하다는 비밀이다. 유일호는 정부 부채 40%라는 수치를 자랑삼을지 모르지만 누가 알면 딱한 일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최근 OECD와 IMF가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정부가 ‘40%’를 목숨처럼 여기지 말고 돈 좀 쓰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권고다. 지난 주말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은 겨우 2.8% 증가세다. 이런 사실상의 균형 재정으로, 더구나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 경제를 끌어간다니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파견된 ‘X맨’인가. 그래 놓고 국회서 거들떠보지도 않을 재정건전화법이나 떡하니 노래 부르고 있으니 그 순진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IMF는 과도한 가계부채, 구조조정 지연, 노동생산성 OECD 꼴찌, 여성과 청년 고용 저조, 저출산과 가파른 고령화 등 소위 한국 경제 5대 문제를 지적했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리는 것도 있다. 가계부채는 만성병이지 급성질환이 아니다. 파열음이 나면 이 중 상당 부분은 부실기금 등 정부 부채로 전환될 것이다. 저출산은 정부가 어찌해볼 도리가 없고, 이런 난국에 거제조선소를 닫으라는 것은 정치적 자살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낮은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여성, 청년의 과소 고용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개혁이지만 강성 노조야말로 지금 박근혜 하야 광화문 시위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개혁을 거부해온 국회는 지금 또 대통령을 탄핵하는 심판자가 돼 있다. 저성장은 그렇게 정치를 뒤흔든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 4년차의 경제성장률이 2%대로 무너진 것이 작금의 정치적 혼란을 불러온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무현 집권기에 특히 심화된 양극화 지수들이 그에 대한 대중의 변심을 불러왔듯이 2%대 성적표로는 차기 정권도 비아냥과 조롱과 대중의 저주에 쉽게 맞닥뜨릴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며, ‘87체제’의 결과물인 강력한 국회와 노조가 합심해 노동개혁 정치개혁 등 일체의 개혁을 좌초시켜왔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저축을 박박 긁어 해외로 내보내고,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걷고, 저 혼자 재정건전성을 떠들면서 허리춤을 졸라매고, 돈이 돌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차단하고, 예산은 복지에만 쏟아부어 온 것이 바로 정부였다. 지금의 무기력한 경제는 그 결과다. 올 한 해 예상보다 더 걷은 세금은 9월 말까지만도 22조원이다. 국민연금 한 군데서 거둬들인 돈만도 작년에 37조원이다. 이렇게 걷은 돈은 주로 증권시장에 투입돼 외국 투기자본의 주식매도를 지원해왔다. 또 그중 3분의 1 즉, 10조원 이상은 해외 공장도 아니라 멋진 빌딩 따위에 투자됐다. 기업들이 준조세로 뜯기는 돈만 매년 20조원이다. 법정 부담금 13조4000억원, 기부금 6조4000억원, 강제성 채권 2000억원 등이다. 이는 법인세 부담액 45조원의 거의 절반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성 보험료로 기업들이 내야 하는 돈이 다시 43조5000억원이다. 이렇게 탈탈 털어 가면서 내수소비를 말하면 헛웃음만 나온다.
국민부담률이 GDP의 25.3%로 치솟은 것은 그 결과다. OECD에서는 낮은 수치라지만 한국을 4만~5만달러 국가와 비길 수는 없다. 그나마 소득을 이렇듯 빨대처럼 빨아들이고 있으니 무슨 돈으로 소비하나. 국민들 호주머니에 뭐라도 남겨두는 것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위기로 치닫는다는 1300조원의 가계부채는 정확하게 그 결과다. 그게 정부 계정이 그 나름대로 건전하다는 비밀이다. 유일호는 정부 부채 40%라는 수치를 자랑삼을지 모르지만 누가 알면 딱한 일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최근 OECD와 IMF가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정부가 ‘40%’를 목숨처럼 여기지 말고 돈 좀 쓰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권고다. 지난 주말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은 겨우 2.8% 증가세다. 이런 사실상의 균형 재정으로, 더구나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 경제를 끌어간다니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파견된 ‘X맨’인가. 그래 놓고 국회서 거들떠보지도 않을 재정건전화법이나 떡하니 노래 부르고 있으니 그 순진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IMF는 과도한 가계부채, 구조조정 지연, 노동생산성 OECD 꼴찌, 여성과 청년 고용 저조, 저출산과 가파른 고령화 등 소위 한국 경제 5대 문제를 지적했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리는 것도 있다. 가계부채는 만성병이지 급성질환이 아니다. 파열음이 나면 이 중 상당 부분은 부실기금 등 정부 부채로 전환될 것이다. 저출산은 정부가 어찌해볼 도리가 없고, 이런 난국에 거제조선소를 닫으라는 것은 정치적 자살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낮은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여성, 청년의 과소 고용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개혁이지만 강성 노조야말로 지금 박근혜 하야 광화문 시위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개혁을 거부해온 국회는 지금 또 대통령을 탄핵하는 심판자가 돼 있다. 저성장은 그렇게 정치를 뒤흔든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