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감사인 강제 지정' 도입되나…속타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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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
'자유선임제도' 개선에 무게
기업들 "비용 급증 불보듯
감사 품질도 낮아질 것"
'자유선임제도' 개선에 무게
기업들 "비용 급증 불보듯
감사 품질도 낮아질 것"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기 위한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경제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너십이 강한 한국의 독특한 지배구조를 고려해 외부감사인 선임제도를 현행 자유수임에서 강제지정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감사인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경영 효율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란 게 기업들의 우려다.
“자유선임제 한국에 안 맞아”
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에서는 외부감사인 자유선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업들이 감사인을 정하고 보수까지 주다보니 회사의 문제점을 들춰내야 할 회계법인이 기업에 종속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기업 내 감사위원회가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자유수임제를 택하고 있다. 과거 지정제를 택한 한국은 이 같은 글로벌 추세와 경제 규모 확대에 맞춰 1983년 자유지정제로 전환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외국 제도만 베끼다 보니 분식회계 사태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회계업계가 내놓은 대안이 전면적인 지정감사제다. 이해상충이 있는 기업 대신 감독당국이 강제로 회계법인을 정해주기 때문에 감사인의 독립성 확대와 회계투명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6+3(6년은 자유수임 후 3년간 지정감사)’ 같은 혼합감사제 형태를 취하면 여러 가지 예상되는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회계업계의 설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앞서 지난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별도로 발의하기도 했다. 재계 “감사품질 떨어지고 비용만 커져”
경제계는 “일부 기업의 분식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다수의 선량한 기업을 옥죄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독립성이 문제라면 감사위원회를 강화하면 될 일인데 불필요한 제도를 신설하면 갖가지 부작용만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지정감사가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적이 없는 제도라는 점, 초기 감사 실패와 감사비용 상승 등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규모가 크고 거래가 복잡할수록, 업종이 특수할수록 초기연도의 감사 실패의 위험이 크다. 기업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전문성이 쌓인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상장사 회계담당자는 “강제지정으로 기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감사인과 일을 하게 되면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감사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사항까지 새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감사시간 투입이 늘고 기업에는 비용 부담만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리적인 지정방안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자회사와의 연결재무제표 작성문제, 업종이나 사업별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감사인과 일해야 하는 기업이 있는데 이 같은 기업들의 필요를 만족시키며 지정제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지정제는 감사인별 지정점수에 따라 ‘감사인 지정순서’를 정한 뒤 자산 규모가 큰 지정 대상 회사부터 차례로 대응시키는 단순한 방법으로 운용된다. 기업 사정을 일일이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삼성전자 같은 큰 회사가 4대 회계법인 이외의 회계법인에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지정제가 감사인 독립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감사위원회의 역할 강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기대효과를 고려해 최종 방안이 정해지겠지만 현행 자유수임제의 크고 작은 변화는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과 금융감독원은 이달 구체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기업의 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해주는 제도. 감사인의 독립성과 외부감사의 신뢰성을 높여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89년 도입됐다. 감사인 미선임법인, 감사인 부당교체법인, 회계기준위반법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법인 등 문제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자유선임제 한국에 안 맞아”
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에서는 외부감사인 자유선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업들이 감사인을 정하고 보수까지 주다보니 회사의 문제점을 들춰내야 할 회계법인이 기업에 종속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기업 내 감사위원회가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자유수임제를 택하고 있다. 과거 지정제를 택한 한국은 이 같은 글로벌 추세와 경제 규모 확대에 맞춰 1983년 자유지정제로 전환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외국 제도만 베끼다 보니 분식회계 사태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회계업계가 내놓은 대안이 전면적인 지정감사제다. 이해상충이 있는 기업 대신 감독당국이 강제로 회계법인을 정해주기 때문에 감사인의 독립성 확대와 회계투명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6+3(6년은 자유수임 후 3년간 지정감사)’ 같은 혼합감사제 형태를 취하면 여러 가지 예상되는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회계업계의 설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앞서 지난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별도로 발의하기도 했다. 재계 “감사품질 떨어지고 비용만 커져”
경제계는 “일부 기업의 분식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다수의 선량한 기업을 옥죄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독립성이 문제라면 감사위원회를 강화하면 될 일인데 불필요한 제도를 신설하면 갖가지 부작용만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지정감사가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적이 없는 제도라는 점, 초기 감사 실패와 감사비용 상승 등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규모가 크고 거래가 복잡할수록, 업종이 특수할수록 초기연도의 감사 실패의 위험이 크다. 기업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전문성이 쌓인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상장사 회계담당자는 “강제지정으로 기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감사인과 일을 하게 되면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감사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사항까지 새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감사시간 투입이 늘고 기업에는 비용 부담만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리적인 지정방안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자회사와의 연결재무제표 작성문제, 업종이나 사업별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감사인과 일해야 하는 기업이 있는데 이 같은 기업들의 필요를 만족시키며 지정제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지정제는 감사인별 지정점수에 따라 ‘감사인 지정순서’를 정한 뒤 자산 규모가 큰 지정 대상 회사부터 차례로 대응시키는 단순한 방법으로 운용된다. 기업 사정을 일일이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삼성전자 같은 큰 회사가 4대 회계법인 이외의 회계법인에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지정제가 감사인 독립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감사위원회의 역할 강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기대효과를 고려해 최종 방안이 정해지겠지만 현행 자유수임제의 크고 작은 변화는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과 금융감독원은 이달 구체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기업의 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해주는 제도. 감사인의 독립성과 외부감사의 신뢰성을 높여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89년 도입됐다. 감사인 미선임법인, 감사인 부당교체법인, 회계기준위반법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법인 등 문제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