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가업상속공제 놓고 정치권 법안 전쟁, 납부 시기 조절 등 다양한 논의 필요
20대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가업상속공제 개정과 관련한 많은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 500억원의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30억원으로 축소하는 법안,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기존 연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으로 변경하는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 중 명문 장수기업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영농 중소기업도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도 발의됐다.

가업상속공제가 뭐길래 20대 첫 국회부터 그 적용의 확대 혹은 축소를 둘러싸고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것일까?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3000억원 이하의 중견·중소 가업을 상속받은 상속인에게 최대 500억원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줌으로써 최대 2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그 혜택이 크다 보니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주장 등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하지만 이는 정작 현장에서 기업인이 느끼는 어려움과는 괴리가 있다. 승계를 앞둔 많은 기업인은 물론 높은 세부담률도 고민하지만, 정작 세금을 낼 수 있는 현금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이다. 현행 세법은 세금을 현금이 아니라 다른 자산으로 납부하는 물납을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가령 상속자산 대부분이 비상장 주식인 경우 상속세를 납부할 방법이 막연하다. 당장 차입을 해 세금을 낸다 해도 나중에 기업이 어려워지면 상속인들이 파산할 위험이 있다. 어렵게 요건을 충족해 비상장 주식으로 세금을 납부한다 해도 상속세율이 50%에 달하고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10~30%)까지 붙으면 국가가 중소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우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부의 대물림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세금 면제보다는 납부 시기 조절이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상속인이 상속받은 주식을 팔거나, 해당 주식에서 배당을 받거나, 해당 기업으로부터 근로소득 등 소득을 수취할 때 상속세를 나눠 내도록 할 수도 있다. 현금 수취분에 대해 양도소득, 배당소득,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을 상속세로 먼저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회사에 이익을 유보해 놓고 있으면 유보된 이익의 일정 부분에 대해 상속세로 과세할 수도 있다. 이는 상속인들이 승계받은 기업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지, 공제 규모는 어떻게 할지 등 제반 논의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만사에 정답이 하나만 있을 수 없듯이, 가업승계를 세무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그 방안도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병수 < 삼정KPMG 상속·증여 및 가업승계팀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