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뷰] 심정운 대표 "사드로 손 놓고 있을 수 있나요…다른 활로 찾아야죠"
화이브라더스는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가운데 가장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100%(109.64%) 넘게 뛰어 CJ E&M이나 에스엠, 와이지엔터 등 쟁쟁한 엔터사를 꺾고 최고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화이브라더스와 한 가족이 된 데 이어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 작품이 잇따라 흥행한 데 따른 결과다.

이 회사 엔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심정운 대표(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성과가 한 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해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중국 화이브라더스 효과

"성장을 자신하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우선 중국 화이브라더스그룹과의 시너지를 기대합니다. 한국 배우와 콘텐츠를 가지고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죠. 자체적인 신인 발굴 시스템도 안착했어요. 앞으로는 매년 성장하는 회사가 될 겁니다."

심 대표는 화이브라더스 전신인 심엔터테인먼트를 2005년 설립해 12년 간 키워왔다. 로드매니저에서 출발해 기업가로 변신한 그는 주원, 임지연, 이동휘 등 실력파 배우들을 발굴해 정상급 자리에 올려놨다.

지난해 심 대표는 보유 지분 중 약 20%(345만3170주)를 중국 화이브라더스그룹에 매각했다. 국내를 넘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중국과 손 잡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심 대표 지분 매각과 함께 사명도 심엔터에서 화이브라더스로 바뀌었다. 경영은 지승범 신임 대표가 총괄하고, 심 대표는 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 제작, 화장품 유통 사업을 맡았다.

"심엔터 파트너가 되겠다고 접촉해온 여러 중국 회사 중 화이브라더스 조건이 가장 안좋았어요. 하지만 '화이'라는 이름을 보고 선택했죠. 한국 외에 날개를 뻗치고자 할 때 가장 도움 받을 수 있는 건 아시아 최대 미디어 회사인 화이브라더스라고 생각했거든요."

심 대표 판단은 적중했다. 화이브라더스는 올해 중국 화이브라더스그룹 플랫폼을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9월 시각효과(VFX) 전문업체인 매드맨포스트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500억원 규모의 한중문화펀드를 조성 중이다. 매드맨포스트는 올해 중국 화이브라더스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이브라더스의 이같은 행보는 올 들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이슈로 엔터 회사들이 휘청인 것에 비춰보면 더욱 돋보인다.

화이브라더스 소속 배우들 역시 사드 이슈 이후 중국 일정이 무산되기도 했지만 회사 측은 연예인 진출 외 다른 사업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사드 이슈로 연예인들의 중국 진출이 어려워졌고, 엔터 회사들의 중국 관련 사업도 타격을 받고 있죠.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러나 화이브라더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손놓고 있지 않고 여러 창구를 통해 꾸준히 중국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습니다."

화이브라더스는 3년 안에 매드맨포스트를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매드맨포스트와 비슷한 업체로 이미 코스닥에 상장한 '덱스터'의 경우 매출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한다.

화이브라더스그룹이 중국 내 최대 영화사인만큼 매드맨포스트의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화이브라더스 측 판단이다.

◆ 신인 발굴 시스템 정착

화이브라더스 전체 매출 중 45%는 매니지먼트 부문에서 나온다. 매출 비중으로만 따지면 가장 크다.

이밖에 드라마와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제작 등이 36~38%를 차지하고 신사업인 화장품 유통에서도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민진웅, 박혜수, 주원. 출처: 화이브라더스>
<사진 좌측부터: 민진웅, 박혜수, 주원. 출처: 화이브라더스>
현재 화이브라더스에 소속돼 매니지먼트를 받고 있는 배우는 유해진과 주원, 임지연, 박혜수 등을 포함해 35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신인 시절부터 화이브라더스와 함께 성장했다.

주원 경우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첫 주연을 맡은 지 5년 만에 지난해 '용팔이'를 통해 연기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심 대표는 회사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체계화한 신인 발굴 시스템을 꼽는다. 대표 한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인재를 발굴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심 대표를 비롯한 화이브라더스 소속 임원들은 매일 오전 8시30분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대학로와 충무로 등 현장을 발로 뛴다.

"될 성 부른 떡잎을 발굴하는 데 정답이란 없어요. 시스템을 정착하는 게 중요합니다. 엔터 회사 중 낮에는 연락 안되고 밤에만 일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화이브라더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몇 년 전만 해도 '괜찮은 신인을 발굴하지 못하면 어쩌나' 부담이 있었지만 이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올해 화이브라더스가 발굴한 대표적인 신인은 박혜수와 민진웅, 김주현이다. 박혜수와 민진웅은 드라마 '청춘시대'와 '혼술남녀'를 통해 각각 주목받았다. 김주현은 조만간 개봉할 영화 '판도라'에서 주연급으로 나온다.

심 대표는 최근 발굴한 박세완과 임희철이 내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자신한다. 박세완은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우편 접수를 통해 뽑은 얼굴이다. 임희철은 배우 박신양이 나온 러시아 쉐프킨 연극대학교에서 공부한 인재다.

"오랜 경험 덕분인지 새로운 얼굴을 보면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박세완과 임희철 모두 그런 경우죠.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 뿐 아니라 연기력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두고 보세요. 내년 두 친구 모두 기대해도 좋습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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