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가와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는 반면 이머징 시장에서는 주가, 채권,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노믹스' 시대를 맞아 향후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대해 경제, 외환, 채권, 주식, 원자재 등 5개 분야로 나눠 전망해봤다. [편집자주]
출처 :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출처 :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2017년은 세계 경제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 온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이 변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전망의 전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 이후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시대'의 도래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앞다퉈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의 양적완화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시장에 돈을 풀어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하고, 이에 따른 고용 확대 및 재투자 등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쉽사리 살아나지 않았고 통화정책의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

기대한 만큼 자산가격 상승(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가 들고 나온 것은 재정정책이다. 사회간접자본(인프라스트럭처)을 중심으로 투자를 강화해 인플레이션을 이끌 것이란 새로운 기대를 만들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8일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0bp(1bp=0.01%) 올랐다"며 "디플레이션(자산가격 하락) 우려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과 다른 방향에서 정부 주도로 돈을 푸는 것이다. 시장에 강력한 새로운 자금공급원이 생길 것이고, 이는 자산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란 기대가 미국 국채금리에 반영됐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2017년 경제성장률이 2.5%로 크게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경기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미국은 경제와 노동 시장의 부진이 대부분 해소됨에 따라, 인프라 투자 등 트럼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약간의 수요 자극으로도 임금 및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미국뿐 아니라 통화정책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유럽, 내년 가을 시진핑 집권 2기에 들어가는 중국도 재정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재정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각국의 재정정책에 힘입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4%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전망치 3.1%보다 높은 것이다.

세계 경제가 성장한다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도 나쁠 것이 없다. 다만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와 함께 강조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로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크다.

트럼프는 미국 중심의 성장, 그리고 이를 위해 수입 제품의 고율 관세 부과 및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얘기한 바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 위축, 정치적 불확실성에 미국의 무역압박까지 받게 돼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했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체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무역수지 흑자는 전체의 52%에 달한다. 따라서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 대미 수출이 줄어든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미국의 상황을 감안할 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윤창용 연구원은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상승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의 후생 악화로 귀결된다"며 "또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켜 궁극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정책 노선은 대통령 취임 이후 상당부분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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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