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인 A사(휴대폰 부품제조)는 2년 전만 해도 연매출 150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을 올리는 우량 중소기업이었다.
믿었던 자동차·전자업종도 '좀비 중소기업' 속출
그러나 지난해 1차 협력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 손실 규모가 30억원으로 늘어난 이 회사는 채권은행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나서야 할 처지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기업 부실이 확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중소기업 수는 지난해보다 한 곳 더 늘었을 뿐이지만 거의 모든 업종에서 부실 위험이 커졌다. 조선·해운 등 취약 업종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고 여겨진 자동차·전자 업종에서도 부실 기업이 속출했다.

◆100곳 더 늘어난 ‘좀비 중기’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는 말 그대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판별하는 작업이다. 매년 말 금감원과 채권은행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완전자본잠식 기업 등을 대상으로 평가한다.

올해 이 조건에 든 기업은 2035개다. 지난해(1934개)보다 101개 늘었고, 2011년(1129개)보다는 900여개 가까이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초기 창업기업이 일부 있지만 1년간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권 대출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어려운 좀비기업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평가기업 가운데 경영위기가 심각한 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골랐다. 원칙적으로 C등급은 위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다. 올해 C등급 기업은 지난해보다 한 곳 많은 71개, D등급은 지난해와 같은 105개였다.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조972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은행권 익스포저는 1조7000억원으로 은행권이 쌓아야 할 추가충당금 적립액은 약 3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방위로 퍼지는 부실

올해 신용위험평가에선 부실기업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해엔 조선·해운·철강 등 이른바 취약 업종에 속하거나 건설 업종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많이 포함됐으나 올해는 거의 모든 업종에서 부실기업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서도 자동차와 전자부품 업종이 급증했다. 자동차 업종 후방산업인 금속·가공 업종에선 올해 22개 회사가 C 또는 D등급을 받았다. 지난해(8개)보다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휴대폰·반도체 등 전자부품 업종 구조조정 대상 기업도 2014년 14개에서 지난해 19개, 올해 20개로 증가했다.

비제조업 분야 부실기업도 많았다. 유통업(8개), 부동산업(7개), 골프장 등 스포츠서비스업(5개) 등이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경영난에 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와 전자부문 대기업 수출이 줄면서 협력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침체된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내년에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