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년여 동안 300여명의 장학생이 착한놈에서 공짜 삼겹살을 즐겼다. 지방 출신 성적 우수 학생에겐 고기뿐 아니라 술과 음료, 밥, 찌개 등 모든 메뉴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사장은 “어려운 형편에 밥값, 술값 아껴가며 열심히 공부한 학생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행사를 하게 됐다”고 6일 말했다.
이 같은 선행은 그의 과거와 무관하지 않다. 경북 경산 출신인 그는 1977년 한양대에 입학해 지독하게 가난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물로 배를 채우는 게 일상이었고, 배춧잎 한 장을 넣어 끓인 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게 호사였다고 했다. 이 사장은 “그 유명한 왕십리 곱창 한 번 못 먹은 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학교에 다닐 수 있던 건 장학금 덕분이었다. 이 사장은 “장학금을 못 받으면 학교를 못 다닌다는 생각에 독하게 공부했다”며 “장학생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타는 걸 보면 정말 기특하다”며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어렵지만 학생들이 고기를 먹고 감사하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휴대폰에는 “고기가 정말 먹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다음 학기에도 장학금 받아서 또 올게요” 등 학생들이 보낸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는 무료제공 혜택을 누린 300여명의 학생 연락처를 ‘고62김아무개’와 같은 형태로 저장해놨다. 이 사장은 “고기를 2016년 2학기에 먹고 간 김아무개라는 뜻”이라며 “가게에 온 학생을 기억하기 위해 만난 시기를 함께 적는다”고 설명했다.
김형규/마지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