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자율주행차와 길 잃은 한국 경제
자동차는 현대를 정의하는 도구이며 기술이다.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 사람이 평생 걸어 움직이는 거리는 대략 2000㎞ 내외였는데, 자동차를 타는 현대인은 단 1년 동안 평균 2만㎞의 거리를 다닌다. 자동차는 이처럼 인간의 물리적 활동 범위를 크게 확장시킨 대단한 물건이며, 성인이 돼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독립과 자유의 상징이 됐다.

한국의 자동차 대수는 1980년 약 50만대였는데 최근엔 2000만대를 훌쩍 돌파했으니 증가율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자동차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철강, 건설은 물론이고 석유화학과 유리산업도 자동차와 함께 번성한다. 운수업이나 보험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인구의 15%, 즉 700만명 정도가 자동차에 기대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엄청난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술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아직도 그 여지는 무한으로 남아 있다. 석유를 훨씬 적게 쓰는 차, 손발을 쓰지 않고 음성만으로도 움직이는 차, 막히는 길에서는 아예 공중으로 떠오르는 차 등을 만들기 위해 세계는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에서 앞서면 거대한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지만 한 발이라도 뒤처지면 곧바로 공장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뜨거운 경쟁은 소위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맡아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이다. 자율주행이 지닌 편리성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궁극적으로 이 기술은 모든 자동차에 적용될 것이며, 이는 삶의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소위 ‘파괴적 혁신’의 또 다른 예가 될 것이다.

자율자동차 시대에는 개개인이 차를 소유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공유할 것이고 운전기사라는 직업은 당연히 사라질 것이다. 대폭 늘어날 노인이나 움직임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또 다른 축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완벽한 자율주행, 즉 음주운전도 걱정 없고 졸려도 문제가 없으며 눈이 쌓여도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그런 기술은 아직 요원한 미래다. 각국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남보다 앞서 있음을 과시하려는 상업적 목적과 최대한 흥미로운 기삿거리를 찾는 언론이 만나 마치 3~4년 후면 이런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착각에 가까운 듯하다.

운전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작업으로, 순간적이고 확실한 판단이 요구되는 위험한 일이다. 그러기에 운전면허를 일정 나이 이상 사람으로만 한정하고 그것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그 자격이 검증돼야 발급한다. 그런데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이렇게 복잡한 운전을 대신 맡아줄 소프트웨어 개발 자체가 대단히 버거운 형편이다.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훨씬 더 간단한 노트북에서도 소프트웨어(SW)가 종종 꼬이고는 하는데, 노트북이야 전원을 껐다 다시 켜면 되지만 자동차는 이런 경우 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해킹 문제는 더욱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완벽한 자율주행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갖가지 기술, 즉 센서 내비게이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은 점차 실제 자동차에 도입될 것이며 이를 통해 인류는 큰 혜택을 볼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으로는 자동차 사고로 매년 120만명 정도가 사망하는데, 이런 기술이 자리잡으면 그 숫자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틀림없는 사실은 이런 기술 진보가 인류의 삶을 바꾸고, 여기에서 낙오하는 나라는 결국 쇠락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일인데 작금의 우리 상황은 너무나 아쉽다.

요즘의 대한민국이라는 자동차는 엉뚱한 방향으로 핸들링해 온 운전기사로 인해 깊은 진흙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우선은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여기에서 탈출해야겠지만, 그와 더불어 황당한 핸들링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새로 갖춰야 한다. 참으로 절실한 일이다.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