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시내면세점 사업을 처음 시작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지난 2월 영업을 시작한 SM면세점의 매출은 반년 넘도록 제자리걸음 중이고, 5월 개점한 두타면세점은 반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투자 규모가 작고 유통업 경험이 부족해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 이들 업체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러려고 사업권 땄나"…두타·SM면세점 '한숨'
◆대표 바꾸고 영업시간 줄인 두타

두타면세점은 지난 1일 새벽 2시였던 영업 마감 시간을 밤 12시로 바꿨다. 개장 당시 국내 면세점 중 처음으로 심야 영업에 나서며 ‘올빼미족’을 노리던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두타면세점은 영업시간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던 일부 점포와 새벽 2시까지 하던 매장의 영업 시간을 통일시켰기 때문에 영업 단축이 아니라 영업시간 일원화라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에선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밤 12시 이후 영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3분기까지 5개월간 418억원의 매출과 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하루 평균 매출도 3억4000만원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문을 연 대기업 신규 면세점 중 가장 적다. 작년 11월 사업권을 잃고 지난 6월 폐점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작년 하루 평균 매출(20억원) 대비 6분의 1 수준이다. 지금 상태라면 두타면세점의 연 매출은 개점 당시 세운 계획(5000억원)이나 조정 목표(3000억원)에 턱없이 모자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적이 저조하자 수장도 바뀌었다. 작년 11월 두산이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딸 때부터 두산의 면세점 사업을 이끌어온 이천우 대표(부사장)가 지난달 물러났다. 두타면세점이 속한 (주)두산의 동현수 사장이 두산의 면세점 사업을 함께 맡기로 했다.

◆중소기업 주주 이탈하는 SM면세점

SM면세점도 실적 부진에 고심 중이다. 지난 2월15일 개점한 뒤 8개월이 지났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이다. 분기 절반만 영업했던 1분기에 191억원이었던 매출은 2분기 255억원, 3분기 265억원이었다. 하루 평균 매출로 환산하면 2분기와 3분기 모두 2억8000만원대다. 인천공항면세점 매출을 빼면 2억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도 208억원으로 매일 1억50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중소기업 주주들도 하나둘 떠나고 있다. 2014년 SM면세점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최대주주였던 홈앤쇼핑은 작년 10월 SM면세점 지분을 모두 팔았다. 작년 4월엔 서도산업이 SM면세점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법인 설립 초기 13.3%였던 하나투어 지분율은 82.5%로 뛰었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을 뜻하는 SM(small&medium business)이라는 상호명이 무색해지자 하나투어는 상호명을 하나투어면세점으로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계획을 철회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