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 법령·절차 준용…결정은 180일 이내에 내려야
변론 과정 공개가 원칙…대통령 변론 출석 강제는 못 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9일 탄핵소추안이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탄핵심판 절차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

따라서 심판 절차나 증거조사 등은 일반 형사소송 절차에 준해 진행될 전망이다.

증거조사를 위한 당사자와 증인 신문, 증거자료의 제출·보관, 사실조회 등이 가능하다.

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도 변론에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

◇ 강력한 증거조사 권한…대통령 출석 강제할 순 없어

헌재법은 당사자인 대통령과 소추위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변론에 참석하지 않으면 변론기일을 다시 잡도록 한다.

이는 당사자 출석을 원칙으로 한 규정이다.

하지만 사실상 출석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출석하지 않아도 별다른 벌칙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헌재법은 소환이 통보된 증인이나 감정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다시 잡은 변론기일에 당사자가 재차 출석하지 않으면 당사자 없이 심리하도록 해 사실상 대통령 출석 없이 탄핵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통령의 변론 출석을 두고 명확한 법 규정이 없어 논란이 많았다"며 "이후 당사자가 나오지 않아도 변론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돼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신 원활한 심판 절차 진행을 위해 강력한 증거조사 권한이 보장된다.

증거조사를 위해 당사자와 증인을 신문하거나 당사자나 관계인이 가진 문서나 장부, 물건 등의 증거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에는 심판에 필요한 사실을 조회하거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헌재의 증거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 변론 과정 공개가 원칙…180일 이내 결정

변론 과정은 일반에 공개하고 변론은 구두변론의 방식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법원조직법을준용해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심리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변론을 열 때는 기일을 정해 당사자와 관계인을 소환한다.

변론 장소는 헌재 내 심판정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헌재소장의 결정으로 다른 장소에서 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헌재 심판정에서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변론은 재판장인 헌재소장이 사건의 명칭과 당사자인 대통령과 법사위원장의 이름을 불러야 비로소시작된다.

이후 소추위원인 법사위원장이 소추 의결서를 낭독한다.

대통령은 탄핵소추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대통령 출석이 강제되지 않은 만큼 대리인이 대신 의견을 진술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심판이 시작되면 헌재는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만 소추위원인 법사위원장이 자격을 잃으면 새로운 법사위원장이 사건을 인계받을 때까지 심판 절차가 중단된다.

이 경우에도 법사위원장이 미리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심판을 수행하게 했다면 중단 없이 절차가 진행된다.

◇ 파면 또는 기각 결정…결정서에 재판관별 의견 표시

헌재의 결론은 둘 중의 하나다.

변론과 증거조사를 마치면 헌재는 대통령의 파면이나 탄핵소추 기각을 결정하게 된다.

선고 과정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가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선고가 가능하다.

탄핵심판 대상이 선고 전에 파면된 경우 헌재는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전체 탄핵심판 대상 공직자에 해당하는 규정이다.

사실상 대통령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할 경우 이를 파면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대통령은 탄핵 이외에는 파면이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사임을 염두에 둔 규정'이라는 의견과 '사임과 파면은 법적 성질이나 효과가 다르므로 양자를 달리 봐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결정서에는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의 의견을 모두 표시한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별다른 법 규정이 없어 결정서에 기각 의견만 실렸다.

이 때문에 파면 결정을 한 재판관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몇 명이 기각 또는 파면 결정을 했는지를 명확히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법이 개정돼 이번에는 개개 재판관의 의견을 모두 결정서에 표시해야 한다.

이 경우 재판관의 실명도 같이 표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명을 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당시 탄핵심판에 참여한 각 재판관이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이 개정된 것으로 안다"며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 사건의 결정서에도 재판관의 실명과 의견이 표시되는 만큼 탄핵심판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