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크롬비, 한국 떠난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앤드피치(A&F·이하 아베크롬비·사진)가 한국에서 철수한다. 실적 부진으로 전 세계에서 매출이 부진한 매장을 모두 정리하기로 한 본사 방침에 따른 것이다.

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아베크롬비는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를 내년 1월 폐점할 예정이다. 2013년 10월 문을 연 뒤 약 3년2개월 만에 철수하는 셈이다. 이 회사는 명품 브랜드가 늘어서 있는 청담동 거리에 2개 층, 353㎡(약 107평) 규모로 문을 열었을 때부터 관심을 받았다. 유명한 해외 명품 매장 사이에서 살아남을지, 고가의 명품 아니면 저렴한 제조·직매형 의류(SPA)만 잘 팔리는 상황에서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 잡을지가 관심이었다.

가격 논란도 있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50%가량 비싸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아베크롬비는 병행수입으로 들어오는 데다 해외 직구(직접구매)로도 싸게 살 수 있다.

아베크롬비 청담점에서 기본 디자인의 후드 티셔츠는 9만8000~15만원대, 일반 겨울용 외투는 24만8000~35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선 후드 티셔츠가 80~100달러 수준에서 팔리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에 비해 50% 정도를 더 주고 옷을 사야 했다. 패션업계에서는 무리하게 비싼 곳에 매장을 낸 데다 가격과 판매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베크롬비는 지난달 홍콩 플래그십스토어도 폐점하기로 했다. 올해 3분기 말(10월 말) 매출이 작년보다 6% 줄고 영업이익이 81%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P캐피털 IQ에 따르면 2012년 5조2844억원에 달한 이 회사의 매출은 이듬해 4조8229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3조9139억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크롬비는 한국에서 매장을 철수하지만 하위 브랜드인 홀리스터 영업은 당분간 지속할 계획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