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에 새로 시작하는 사업의 예산을 무더기로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사업의 예산 증액과는 달리 신규 사업을 예산안에 넣으면 이듬해부터는 계속사업으로 분류돼 예산을 타내기가 더 쉬워진다.

한국경제신문이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7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과 ‘2017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수정안’을 분석한 결과 331개 사업이 정부안엔 없다가 국회 각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며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331개 신규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4768억원에 달했다.
'민원 끼워넣기'…국회 신규편성 예산만 4768억
236개 지역구 사업 추가

국회에서 추가된 331개 신규 사업 가운데 236개 사업은 순천대체육관 리모델링이나 부산항축제, 대구디지털만화 창작전시관, 인천남구 보훈회관 건립 등 지역 꼬리표가 붙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이었다. 나머지 95개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출자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장어린이집 신축 등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예산안에서 누락된 정부부처 민원사안과 국회 차원의 사업들이다.

'민원 끼워넣기'…국회 신규편성 예산만 4768억
각 사업의 예산은 많지 않다. 사업당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안팎이 주류다. 하지만 일단 신규 사업으로 예산에 반영되기만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정부 관계자는 “도로 공사, 건물 신축 등의 사업을 시작하려면 우선 타당성 조사나 토지 매입 등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 자체는 많지 않다”며 “그러나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거나 땅을 사놓게 되면 이후엔 사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규 사업을 벌이는 걸 예산당국이 극도로 꺼리는 이유다.

국회에서 예산을 따낸 신규 사업은 영남지역에 많이 몰렸다.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 등에서 올라온 총 68건, 810억원어치의 신규 사업이 국회에서 추가됐다. 포항칠포재즈페스티벌 개최(2억원) KTX구미역 정차 방안 연구용역(3억원) 군위~의성 국도건설(5억원) 부산항축제(2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영남에 이어 △수도권 48건·738억원 △호남권 51건·524억원 △충청권 42건·301억원 등 순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예정된 강원도는 14건(202억원)의 신규 사업을 추가했다. 제주는 4건(15억원)에 그쳤다.

힘센 위원회는 예결위·국토위

지역구 신규 사업을 가장 많이 밀어넣은 건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병)에 9건의 신규 예산사업을 배정받았다. 대법원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청사와 법무부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신축사업(각각 26억원)을 비롯해 진건하수처리장(12억원) 월문리마을안길 확장공사(5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 의원은 예결위 소속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도 장수발효고택마을 조성(2억원) 진안부귀산별빛마을 조성(10억원) 등 7건의 지역구 SOC 사업이 국회에서 새로 추가됐다.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국토위)과 김종민 민주당·이개호 민주당 의원(이상 예결위) 등의 지역구인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과 충남 논산·계룡·금산,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등에도 도로 및 건축공사 사업이 각각 6건 내년 예산안에 추가됐다. 예결위원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인 순천에 배정된 신규 예산사업은 6건이었다.

이 대표를 제외하곤 추미애 민주당 대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현미 예결위원장,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등 소위 ‘끗발’ 있다는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가운데 국회에서 새로 추가된 건 총 1건에 불과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