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익률 경쟁 승자는 기관, 외국인에 '판정승'…개인은 또 'KO패'
올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거뒀다. 연초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른 삼성카드 현대중공업 등을 사 모은 덕분에 국내 기관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이 외국인 투자자보다 높았다. 개인투자자는 올해도 ‘마이너스의 손’(‘미다스의 손’을 패러디한 표현)이란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기관 순매수 1위는 삼성카드

7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투자주체별로 올 들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기관투자가가 사들인 종목의 수익률은 26.69%로 외국인(16.0%)과 개인(-26.15%)보다 높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기관과 외국인의 수익률 경쟁은 올해엔 기관의 승리로 돌아갔다.

지난해에는 외국인이 32.07%의 수익률을 기록해 기관(16.25%)을 눌렀다. 2014년에는 반대로 기관이 23.78%의 수익률을 기록해 외국인(3.70%)을 압도했다. 수익률은 올 들어 이달 6일까지 주가 등락률을 기준으로 삼았다.

기관이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카드(순매수 1조6124억원)다. 이 회사 주가는 올초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하면서 급등했다. 지난 8월에는 삼성카드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해 주가가 하루 만에 15%가량 올랐다. 기관이 다음으로 많이 매수한 종목은 현대모비스(1조691억원) KB금융(9847억원) 삼성생명(9025억원) 순이었다. 코스피200지수 등락폭의 두 배만큼 움직이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8425억원)도 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올해도 수익 못 낸 ‘개미’

외국인은 아모레퍼시픽(1조2884억원)을 투자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았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중국 수출이 늘 것이란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7월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화한 뒤 중국 시장에서 성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연초 대비 주가가 24.73% 떨어졌다. 외국인이 다음으로 많이 산 SK하이닉스(1조497억원) 포스코(1조455억원) 네이버(8218억원) 등이 이런 손실을 만회하며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개인투자자는 올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기준으로 연간 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개인은 지난해 -32.53%, 2014년에는 -36.8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10종목 가운데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른 종목은 셀트리온(4691억원)뿐이다. 개인은 과거 우량 종목으로 주목받은 LG화학(7897억원) 한미약품(5038억원) 기아차(4926억원) 한국전력(4890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지만 올해는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개인투자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개인투자자는 시장 전망도 전문 투자자와 달랐다. 기관은 코스피200지수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KODEX 레버리지’를 사들였지만 개인은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해 ‘KODEX인버스’(3563억원)를 사들여 손해를 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