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양적완화 내년 말까지 연장했지만…4월부턴 월 600억유로로 줄여 푼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내년 3월까지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시중에서 국채 등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완화 규모는 매월 800억유로(약 99조9800억원)에서 내년 4월부터는 600억유로로 줄인다.

ECB는 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해 발표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금에 대한 금리를 연 -0.40%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서 하루 동안 돈을 빌릴 때 내는 금리(한계대출금리)도 연 0.25%로 각각 동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이번 결정을 두고 매파(강경파)와 비둘기파(온건파)가 적절히 타협한 결과라면서도 비둘기파 의지가 좀 더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양적완화로 시중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린다는 매파의 우려에 비둘기파가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기로 하면서도 양적완화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ECB가 양적완화 기간을 늘렸다”며 “비둘기파 시각이 반영된 테이퍼링(점진적 축소)”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경제 전망이 우호적이지 않거나 물가 상승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규모와 기간을 더 늘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ADM 인베스터 서비스의 마크 오스왈드 전략가는 “ECB의 이번 결정은 추가로 돈이 더 풀릴 수 있다는 기대를 확실하게 남겼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