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국에 앞서 탄핵 사태를 겪은 브라질 주식시장의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질 증시는 지난 4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이후 지금까지 15%가량 오르는 상승랠리를 펼쳤다. 한국 증시에 대입하면 코스피지수가 2300선까지 치솟은 것이다. 한국처럼 연일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고 국정 혼란이 극심했던 상황에서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글로벌 투자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증시는 탄핵 후 '상승랠리'…4월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15% 올라
브라질의 코스피지수에 해당하는 상파울루증시의 보베스파지수(BOVESPA)는 작년 4월 호세프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고 국정 혼란이 시작되면서 올해 초까지 약 8개월간 33% 하락했다.

하지만 브라질 증시는 지난 1월 중순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이어 4월17일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상승세는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탄핵 가결 다음날 1.54% 상승한 것을 필두로 8월31일 상원에서 탄핵안이 최종 승인될 때까지 4개월여 동안 약 10% 올랐다.

최근 3~4년 사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던 헤알화 가치도 탄핵 가결 이후 17%가량 상승했다. 헤알화 가치는 정치혼란이 시작된 작년 4월 이후 급락해 올해 초 달러당 4.1헤알 수준에 이르렀지만 탄핵안 가결 이후 안정을 되찾아 현재 3.4헤알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는 탄핵이 브라질의 정치 안정성을 높였다고 판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당시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이 브라질 경제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줄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탄핵 이후 브라질 증시의 상승세를 그대로 한국 증시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브라질 증시의 랠리는 유가 및 철광석 가격의 상승에 힘입은 측면도 강하기 때문이다. 원자재 산업 비중이 높은 브라질 경제가 러시아 등 신흥국과 함께 수혜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세계 1위 철광석 기업인 발레SA는 브라질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주가가 150%나 올랐다.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인도가 기준)은 중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2년여 만에 t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사례에 비춰볼 때 한국 증시도 불확실성 완화로 인한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정치·경제적 혼란이 한국보다 심각했고 원유값 상승 등 복합적 요인이 있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