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트래디션 미닛 리피터’
‘그랑 트래디션 미닛 리피터’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을 손목 위에 담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미술관이 아니라 손목시계로 만나는 상상을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 현실로 만들었다. 예거 르쿨트르 고유의 기술력, 정교한 표현력을 담아 한정판 시계를 선보였다.

○고흐의 밤하늘을 손목 위에

예거 르쿨트르의 ‘그랑 트래디션 미닛 리피터’는 세계에서 단 18개만 한정 판매하는 시계다. 가격은 2억7150만원이다. 반 고흐의 그림을 직경 39㎜ 크기 다이얼 안에 정교하게 재현해냈다. 이 그림은 반 고흐가 살았던 1888년 아를의 정경을 고스란히 묘사하고 별빛이 아른거리는 강의 표면을 잘 그려냈다는 점, 블루와 옐로의 조화가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예술작품을 마치 미니어처처럼 작은 시계 다이얼 안에 재현해내는 데는 높은 기술력과 예술성이 필요하다. 시계 뒷면을 통해 핑크 골드 소재의 부품(로터)이 섬세하게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정한 시간을 분 단위로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는 맑고 깊은 울림을 주는 소리를 낸다.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서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전시된다.

○한 올 붓으로 정교하게 그려내

‘랑데부 문’
‘랑데부 문’
별빛을 머금은 듯한 예거 르쿨트르의 ‘랑데부 문’도 예술작품처럼 공들여 제작한 시계다. 진주조개(마더오브펄)로 은은한 광채를 내는 다이얼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의 달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에나멜 장인이 다이얼 전체에 미세한 은박 조각을 흩뿌렸다. 눈부신 천체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를 총 2.63캐럿 사용해 베젤(테두리)과 러그(다이얼과 스트랩을 연결하는 부분), 크라운(용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가격은 6750만원.

무엇보다 이 시계는 에나멜로 정교하게 구워내는 과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붓의 한 올 정도 되는 아주 가느다란 전문 붓으로 에나멜을 입혀야 한다. 크리스털 가루를 곱게 빻은 다음 리퀴드와 컬러 안료를 섞어 에나멜 원료를 제작한다. 그다음 한 올의 붓으로 한 점 한 점 일일이 찍어 다이얼에 페인팅한다. 한 번 그린 뒤 850도의 오븐에서 구워낸 후 다시 칠하고 굽는다. 이 과정을 최소한 8번 이상 거치는데 총 70~90시간이 걸린다. 오븐의 온도에 따라, 페인팅의 정교함에 따라, 구워내는 시간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에나멜 장인이 일일이 정교한 과정을 담당한다. 시계를 예술작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1249개 자사 무브먼트 갖춰

‘듀오미터 퀀템 루너’
‘듀오미터 퀀템 루너’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
예술성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받쳐줘야 진정한 명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예거 르쿨트르는 모든 시계 부품을 직접 제작하고 조립해 완성에 이르기까지 100% 모든 공정을 담당한다. 1833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413개의 특허를 등록했다. 1249개에 달하는 자사 무브먼트(동력장치)를 보유한 브랜드다. 키가 필요없는 시계, 사일런트 레귤레이터가 적용된 리피터 시계, 무게가 단 1g밖에 안 나가는 무브먼트(칼리버 101), 두 개의 다이얼을 뒤집어 착용할 수 있는 리베르소 등 기술력을 보여주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대표적인 인기 시계로는 ‘듀오미터 퀀템 루너’와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 등이 있다. 듀어미터 퀀템 루너는 하나의 태엽통에서 독립된 2개의 동력을 저장하는 기술(듀오미터 라인)을 적용했다. 1개의 동력은 시간의 정확성을 맞추는 데, 다른 동력은 달의 모양과 남반구, 북반구 달의 모양을 보여주는 기능 등에 쓰인다. 각각 50시간 파워리저브(태엽을 감지 않아도 자동으로 구동되는 시간) 기능을 갖췄다. 초를 건너뛰는 점핑 세컨드, 달의 기울기를 보여주는 문페이즈 등 고급 기술도 채택했다.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은 다이얼 위에 세계 지도를 담았다. 바다 부분을 블루 색상으로 그려냈다. 햇살무늬로 대륙을 각인(인그레이빙)했다. 베젤 안쪽 모바일 디스크를 통해 세계 24개 표준 시간대를 읽을 수 있다. 원하는 지역의 시간대를 한 번 세팅해놓으면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자동으로 그 시간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이얼 크기는 41.66㎜, 색상은 스틸과 핑크골드 두 가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